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에
아이 맡기면 월 30만원 지원
중위소득 150% 이하 대상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놀이터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이돌보미의 모습. ⓒ홍수형 기자
23일 서울 서초구 소재 놀이터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이돌보미의 모습. ⓒ홍수형 기자

서울시가 0~3세 손주·손녀나 조카를 돌보는 조부모·이모·고모·삼촌 등 4촌 이내 친·인척에게 월 3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년부터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36개월 이하 영아를 월 40시간 이상 돌봐주는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에게 아이 1명당 월 30만원(2명 45만원·3명 60만원)의 돌봄수당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아이가 2명이면 월 45만원, 3명이면 월 60만원을 받는다. 서울시는 “예산 한계와 시범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상을 결정한 것으로, 앞으로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부모가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시와 협력한 민간서비스 기관에서 이용 가능한 월 3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지원 기간은 최대 12개월이다.

서울 서초구와 광주광역시가 조부모를 대상으로 손주 돌봄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친인척까지 돌봄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서울시의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관련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돌봄수당 정책이 언제쯤 시행될지, 다른 지자체에서도 추후 시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묻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중위소득 150% 이하 기준, 부정수급 등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부모님께 드릴 용돈 늘어” “금전적 부담이 줄었다”

돌봄수당에 찬성하는 부모들은 현금성 지원에 “조부모님께 드릴 용돈이 더 늘었다” “금전적 부담이 줄었다”며 환영했다. 1살, 9살 남매를 키우는 A씨는 “큰 애가 학원을 다니면서부터 작은 아이 육아에 경제적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이런 정책을 발표해서 안심된다”며 “엄청 큰 돈은 아니지만 가끔 친정엄마께서 아이를 봐주시는데 용돈이라도 더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3살, 5살 두 아들을 키우는 B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남은 시간 동안 아이 돌보미와 공동 육아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사설 아이돌보미를 고용하고 있는데 정책을 보니까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면 바우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돌봄수당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현금성 지원보다 육아휴직 의무화·근로시간 단축제”

반면 돌봄수당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책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1살 아들을 키우는 C씨는 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C씨는 “저 같은 경우는 양가 부모님 모두 아이를 돌봐 줄 형편이 안 되고 친·인척도 딱히 없는 상태”라며 “그런 경우를 대비해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도 제공되지만 1명당 최대 월 30만원 지급이면 최저시급으로 따졌을 때 하루에 두 시간은 맡길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등·하원 도우미만 고용해도 월 100만원은 바로 깨진다. 30만원이라도 지원 받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라며 “개인적으로 행복한 육아를 위해선 혼자 육아하는 시스템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돌보미 9년차인 60대 D씨도 “사설이 아닌 민간 기관에 아이를 맡겼을 경우 돌보미 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매칭도 어려운 편이라 부모들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사설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선 현금성 지원보다 육아휴직 의무화나 근로시간 단축제 등 부모가 제대로 육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도 있다. F씨는 “서울 살면서 중위소득 150% 이하가 그렇게 많지도 않다”며 “차라리 기업에 육아휴직 의무화나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정책이 아닌 돈으로 때우려는 것 안 좋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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