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친 - 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⑭]
‘2단계 여성친화도시’ 강원 횡성군
여성 농민 임금차별 해소 위해
군·농가가 손잡고 임금 부족분 보전
올해 2년째...현장 호응에 확대키로
매월 마지막주 ‘횡성여성문화의 날’ 운영 등
지역 특색 맞는 여성정책 지속 추진
김명기 민선8기 횡성군수
‘실질적 여성정책 활성화’ 약속

2022년 우리나라 여성친화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여성신문은 1년간 국내 여성친화도시 사업 동향과 모범 사례, 개선 과제를 살펴본다. 여성가족부 선정 ‘2단계 여성친화도시’ 강원도 횡성군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참깨 순을 치고, 고추를 따는 횡성군 여성 농민들. 횡성군은 여성이라서 덜 받은 임금 부족분을 지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을 2년째 시행하고 있다.  ⓒ횡성군 제공
참깨 순을 치고, 고추를 따는 횡성군 여성 농민들. 횡성군은 여성이라서 덜 받은 임금 부족분을 지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을 2년째 시행하고 있다. ⓒ횡성군 제공

똑같이 밭농사를 지어도 남성 일당은 11~13만원, 여성은 6~8만원? 강원도 횡성군이 농촌의 성차별 해소에 나섰다. 여성이라서 덜 받은 임금 부족분을 지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을 열띤 호응 속에서 시행하고 있다. 올해로 2년째다.

“처음엔 다들 그게 되겠냐고, 현실성 없는 사업이라고 했죠. 단순 인건비 지원이 아니라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일이라고 설득했어요. 담당 공무원의 의지도 강했고요. 해 보니까 생산자도 참여자도 만족도가 높아요.” 사업 기획·조율에 참여한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대표의 말이다. “‘시장 교란’이라며 반발하는 농민들도 있었는데 이젠 공감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많아요. 횡성군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고 싶습니다.” 사업을 추진해온 김홍석 횡성군 교육복지과장도 말했다.

횡성군 농업인의 45%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 농민은 ‘남성보다 힘이 약하다’ 등 이유로 같은 일을 하고도 일당을 5만원가량 적게 받고 있다. 관행을 깨야 했다. 횡성군과 횡성군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는 여성 농업인들을 모아 집단심층면접(FGI)을 했다. 성차별적 임금체계를 확인한 후, 관련 부서, 농가, 여성단체, 군의회 등 다양한 주체들과 논의하고 설득하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1년 시범사업 형태로 닻을 올렸다. 공공일자리 사업 예산과 농가 자부담을 더해 여성들도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일부 보전하는 식이다. 올해 연간 예산 8000만원을 투입해 10명을 지원하는데, 현장의 호응이 커서 사업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여성가족부가 우수 사례로 선정해 발표를 요청했고, 타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려는 사업이 됐다.

횡성군의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 안전 교육 현장. ⓒ횡성군 제공
횡성군의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 안전 교육 현장. ⓒ횡성군 제공
김명기 민선8기 횡성군수는 민선8기 100대 공약의 하나로 ‘실질적 여성정책 활성화’를 약속했다.  ⓒ횡성군 제공
김명기 민선8기 횡성군수는 민선8기 100대 공약의 하나로 ‘실질적 여성정책 활성화’를 약속했다. ⓒ횡성군 제공

횡성군은 2017년 처음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고, 2021년 12월 2단계 도시로 지정됐다. 강원도 전체에서 2단계 여성친화도시는 횡성을 포함해 3곳뿐이다. 강원도 최초로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아동친화도시’ 인증, 여가부의 ‘가족친화인증기관’ 인증도 받았다.

횡성군이 여성·아동 정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저출생·고령화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곳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구수 4만7163명(2021년 12월 기준), 행안부가 고시한 인구감소지역 중 하나다. 수도권 접근성이 편리해서 귀농귀촌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주민들의 지역 정착을 촉진할 생활 인프라, 일자리, 여가문화 등이 더 필요하다.

김명기 횡성군수는 민선8기 100대 공약의 하나로 ‘실질적 여성정책 활성화’를 약속했다. “기존 구축한 추진체계를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겠다. 안전, 보육환경, 여성의 경제적 참여 현황 등 관련 여성정책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군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파악, 체감할 수 있는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민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군민참여단과 함께 사업 추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횡성군이 마련한 ‘횡성여성문화의 날’ 프로그램. ⓒ횡성군
횡성군이 마련한 ‘횡성여성문화의 날’ 프로그램. ⓒ횡성군
횡성군 여성친화도시 군민참여단은 매년 유니버설디자인 교육을 받고 여성,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등 다양한 주체의 관점으로 공공시설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횡성군 제공
횡성군 여성친화도시 군민참여단은 매년 유니버설디자인 교육을 받고 여성,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등 다양한 주체의 관점으로 공공시설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횡성군 제공

그간 횡성군의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살펴보면 농촌 지역 특성을 고려한 사업이 눈에 띈다. ‘횡성형 여성일자리사업’은 물론 ‘횡성여성문화의 날’도 그렇다. 도시에 비해서 문화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농촌 지역 여성들을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지역 극장(횡성시네마)에서 무료영화 관람, 횡성호수길 무료입장 지원, 찾아가는 문화강좌·공연 등을 제공한다. 매달 지역 여성 200~300여 명이 영화 무료 관람 혜택을 받고 있다.

여성친화도시 군민참여단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유니버설디자인 교육을 받고 여성,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등 다양한 주체의 관점으로 공공시설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올해 군민참여단은 34명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와 함께 각 읍·면 복지회관과 군청 민원실을 모니터링했다. 남성도 아이를 데리고 군청 민원실을 찾을 수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문제 등을 지적, 민원실 화장실 리모델링을 끌어냈다. 군민참여단은 월 1회 여성안심귀갓길 민관 합동 순찰 등 지역사회 안전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역량 강화를 위해 군민참여단, 여성단체 리더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로 찾아가는 성인지 교육 ‘성평등 마을만들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촌의 일상 속 성차별과 불평등을 살펴보고, 마을규약을 성평등 관점에서 개정한다. 올해 5개 마을에서 진행 중이다.

2021년 6월~7월 강원도 횡성군 두곡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마을로 찾아가는 성인지 교육 ‘성평등 마을만들기 사업’ 현장. ⓒ횡성군 제공
2021년 6월~7월 강원도 횡성군 두곡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마을로 찾아가는 성인지 교육 ‘성평등 마을만들기 사업’ 현장. ⓒ횡성군 제공
횡성군이 돌봄 서비스의 하나로 마련한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 현장. ⓒ횡성군 제공
횡성군이 돌봄 서비스의 하나로 마련한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놀이 프로그램 현장. ⓒ횡성군 제공

횡성군은 돌봄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가족센터를 통해 영유아·초등학생 대상 돌봄서비스,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놀이,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놀이 등 가족친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횡성군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여성과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돌봄도 중점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가족 구성과 역할의 변화를 반영해 돌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를 구축해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횡성군은 최근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강료 전액 감면 대상을 ‘한부모가족 여성’으로 규정하던 것을 ‘한부모가족 세대원’으로 개선, 더 많은 군민에게 혜택을 제공해 ‘2020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결과(2021) 주요 개선 정책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횡성군은 성평등 정책 기조를 군청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여성친화도시 조성협의체 정기회의를 열고 부서별 관련 추진과제를 선정하도록 했다. 연말에 우수 부서를 선정, 시상할 계획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군청 내 6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38% 수준이다. 여성친화도시 사업 전담부서는 없고, ‘교육복지과’ 내 여성가족팀이 담당하고 있어 행정에 힘이 빠지는 부분이 있다. 횡성군은 여가부가 지원하는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사업’에 참여하는 등 양적·질적인 성평등을 이뤄나갈 계획이다.

김홍석 과장은 “여성친화도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장애인, 어르신 등 모든 군민이 평등하게 혜택을 받고 동일하게 정책에 참여하는 일”이라며 “우리 주변에 뿌리내린 불평등한 인식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여성친화도시 정책이 꼭 필요하며, 이러한 정책은 더 나은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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