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운전면허 소지자 40% 여성
교통사고는 남성이 약 3배 높아
여성 운전자 향한 편견은 그대로
“여성의 ‘이동 독립권’ 중요하다”
위협운전 당했을 땐…
“블랙박스 확인, 차량번호·지나간 길 외우기”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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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흰 차를 조심해야 해요. 여자들이 많이 타는 차라”

“여자가 무슨 운전을 한다고 그래 집에서 밥이나 하지”

도로 위 성차별은 여전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운전자에게 도로는 불평등한 공간이다.

#직장인 김정연(28)씨는 최근 운전 연수를 받으며 성차별을 경험했다. 김씨는 학원을 알아보던 중 ‘여성 수강생을 위해 여성전문 강사를 우선 배정해준다’고 광고를 하는 학원에 연락해봤다. 그러나 업체와 강사 측은 여성 강사는 대부분 취미나 아르바이트식으로 하는 아주머니일뿐더러 비율도 10%미만이니 남성 강사가 여러모로 낫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결국 김씨는 남성 강사에게 강습을 받았는데 강사로부터 “흰 차는 조심해야 한다. 여자가 많이 타는 차” “운전하는 것이 이상하다해서 보니까 역시 아줌마” 등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남녀 운전면허 소지비율은 6대 4정도다. 서울시 운전면허 소지자 성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788만2천536명 중에 여성은 316만7천394명으로 40.18% 비율을 차지한다. 

남녀 운전면허 소지비율은 6대 4정도다. 서울시 운전면허 소지자 성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788만2536명 중에 여성은 316만7394명으로 40.18% 비율을 차지한다.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 2020년 지자체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난 승용차 교통사고 중 남성은 1만6708건, 여성은 5384건이었다. 사망자는 남성이 72명, 여성은 14명이었다.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약 3배 많았다. 교통안전정보관리시스템 2020년 지자체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난 승용차 교통사고 중 남성은 1만6708건, 여성은 5384건이었다. 사망자는 남성이 72명, 여성은 14명이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남성의 교통사고 건수가 여성보다 높았다.

서울 운전면허 소지자 40% 여성
교통사고는 남성이 약 3배 높아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인지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만 지난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SA) 소속 모셰 호프만 박사에 따르면 공간인지능력은 남녀차이 같은 유전적인 영향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호프만 박사는 인도 북부에서 부계사회인 부족과 모계사회인 부족, 각각 한 부족씩을 대상으로 공간인지능력을 실험했다. 그 결과 부계사회 부족에서만 남성이 높게 나왔고 모계사회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 결과를 밝혔다. 공간인지능력은 사회·문화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점차 여성 운전자가 늘고 있지만 여성운전자를 향한 성차별은 만연한다. 한 여성운전자 카페 회원인 A씨는 “저한테 하는 말 아니라고 해도 ‘김여사’라고 운운할 때 기분 나쁘다”며 “한 게시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기분이 나빠서 ‘김여사’는 상식에 어긋나게 운전하는 일부 여성 운전자를 일컫는 말인데 해당 글을 보면 이 분은 실수는 했을지언정 본인 잘못을 인정하고 보험처리도 하겠다고 했는데 왜 김여사라고 부르느냐, 여성운전자로서 보기 불편하다고 답글을 썼더니 원글 자체가 삭제됐다”고 얘기했다.

새 차를 뽑은 지 얼마 안 된 B씨는 친구들의 성차별적인 농담이 불편하다. B씨는 “친구들이 ‘최고의 튜닝은 조수석 튜닝(여자를 조수석에 태우는 것)’이라는데 솔직히 유쾌하지 않았다”며 “‘중년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고 치부하는 것도 우리 어머니를 향해 하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제작한 홍보물 이미지를 보면 ‘장 볼 때는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 구매하기’ 문구 옆엔 여성의 이미지가 있었다. 반면 ‘고향길은 대중교통을, 자가용은 친환경 운전하기’ 문구 옆엔 남성 운전자의 이미지가 있다.
환경부가 제작한 홍보물 이미지를 보면 ‘장 볼 때는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 구매하기’ 문구 옆엔 여성의 이미지가 있었다. 반면 ‘고향길은 대중교통을, 자가용은 친환경 운전하기’ 문구 옆엔 남성 운전자의 이미지가 있다.

운전은 남성이 한다는 고정관념은 정부 홍보물에도 녹아 들어갔다. 지난해 8월 한국YWCA연합회는 18개 정부 부처 공공 홍보물을 대상으로 4개월간 모니터를 진행한 결과 760건의 성차별 표현 사례를 발견했다. 환경부가 제작한 홍보물 이미지를 보면 ‘장 볼 때는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 구매하기’ 문구 옆엔 여성의 이미지가 있었다. 반면 ‘고향길은 대중교통을, 자가용은 친환경 운전하기’ 문구 옆엔 남성 운전자의 이미지가 있다. 성별에 따라 성역할을 한정한 사례였다.

‘아빠 차, 오빠 차가 아닌 운전하는 언니들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차를 좋아하고 관심 있는 여성들의 모임인 ‘언니차 프로젝트’(언니차)는 여성의 ‘이동 독립권’에 대해 말한다. 언니차가 말하는 이동 독립권은 여성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떠나고 또 돌아올 수 있는 힘이다. 2020년 5월 시작한 언니차는 여성들에게 정비, 법률, 보험을 주제로 워크샵을 열었고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연지 언니차 기획자는 “이동독립권에 대한 악플이 많은데 ‘누가 여자를 못 움직이도록 묶어놨냐’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이상한 운전을 보면 여자가 했다고 하는 편견이 존재한다. 만약 이런 편견이 없다면 이런 말이 생기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위협운전 겪었을 땐? “블랙박스 확인, 차량번호·지나간 길 외우기”

이 기획자는 도로 위에서 성차별을 겪었을 때 대처를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그재그운행이나 급제동 등 위협운전의 경우는 명백히 형사처벌이 된다”며 “우선 블랙차량 번호를 외워 놓는 것이 좋고 외우지 못했다면 블랙박스를 확인하면 된다. 또 위협운전을 당했던 길이 어디였는지 기억하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창문을 두드리며 욕을 할 때는 창문을 내리거나 차에서 내리는 등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112에 신고 전화를 해 스피커폰으로 상대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경찰에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까지 강북 05번 마을버스 기사로 일한 최희경씨는 현재 자동차 기술교육원에 다니면서 자동차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최씨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면서 돌발 상황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자동차의 원리를 알면 운전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며 “그래서 바로 퇴사한 후 올해 3월부터 기술교육원에서 엔진정비, 전기전자장치정비 등 자동차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를 배우는 사람 중에 남성이 98%고 여성은 저 포함 2%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료 후 운전 혹은 정비 중에 진로를 찾을 계획이다. 최씨는 “운전을 더 잘하고 싶어서 배움을 택한 것이라 운전과 정비 둘 중에 고민 중”이라고 얘기했다.

여성 운전자들에겐 어려움에 직접 부딪치며 대담하게 운전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운전을 하다보면 비상식적인 일을 충분히 겪을 수 있다”며 “내가 주의하는 것도 있지만 도로는 항상 불의의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아빠·남편 등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가 직접 관찰하고 처리하려는 태도에서 배움이 생긴다. (여성 운전자도)충분히 처리하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운전은 인내심을 가지고 잘할 때까지 기술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며 “대범하고 꾸준하게 운전해야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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