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스터 현수막 1장 당 4.2kg~5.2kg 온실가스 나와
일회용 현수막 쓰레기 줄이기 위한 대책 필요
재활용·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해야

쓰레기와 함께 사는 게 당연해진 시대,  ‘쓰레기 박사’가 쓰레기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알아가야 할 지식들을 알려줍니다 <편집자 주>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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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할 때만 되면 선거 한 번 치르고 발생하는 현수막 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현수막 쓰레기는 선거 후 평소에 비해 특별히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지 선거할 때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선거할 때만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평상시 발생하는 현수막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좀 더 관심의 폭을 넓히면 옥외 및 실내 광고물에 사용되는 현수막과 플렉스 섬유 등 모든 쓰레기가 문제다. 선거 현수막보다 매일 매일 길거리에서 철거되는 불법 현수막이나 행사장에서 나오는 현수막, 광고판에 사용된 플렉스 섬유의 양이 훨씬 더 많다. 극히 일부만 재활용되고 대부분 소각장으로 직행하는 섬유 쓰레기를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폴리에스터 현수막 1장(10㎡ 1.11kg 기준)을 만들고 태우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태울 때 에너지를 회수하는지 여부에 따라 4.2kg~5.2kg(미국 환경보호청 자료 기준)이다. 플렉스 섬유는 PVC와 폴리에스터 혼합 재질이기 때문에 현수막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은 낮겠지만 PVC 소각에 따른 유해가스 배출이 문제가 된다. 어쨌든 광고물에 사용되는 합성섬유 모두 석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수막을 걷어서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문제다. 현수막 쓰레기 1톤을 처리하는 데 20만원 ~ 30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 배출자로부터 처리비용을 받지 못하니 지자체 재정으로만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지자체 청소재정에 부담이 된다.

한 번 사용되고 난 후 소각되는 일회용 현수막 쓰레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재활용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재활용 기술로는 소재의 상태에 따라 가방 등으로 업사이클 하거나 재활용품 수거 마대, 건축자재 등으로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개 모든 지자체는 현수막 재활용보다는 소각을 선호한다. 돈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편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자체가 현수막 재활용을 우선시하도록 지자체 평가항목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현수막 원단 생산자에게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 돈을 지자체 현수막 재활용 비용에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수막으로 만든 재활용품 수거 마대 등을 지자체가 구매하도록 하고, 지자체 구매실적은 녹색제품 구매실적으로 인정해주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우선 수요가 있어야 재활용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지자체도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좀 더 발전된 재활용 기술이 필요하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 시설을 설치할 계획인데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설이 도입되면 현수막도 다시 섬유 원료로 재활용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물론 재활용 이전에 현수막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행사 증빙용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일회성 행사마다 현수막을 거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공공기관 공모사업 지침에도 현수막 사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쓰레기를 줄이자고 토론회를 하면서 일회용 현수막을 거는 게 말이 되는가? 현수막이 걸려 있어야 뭔가 행사를 하는 것 같은 인식을 고쳐야 한다.

종이 등으로 재질을 대체하는 방법도 있는데, 좀 더 근본적으로는 반복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 행사가 상시로 벌어지는 곳에는 현수막이 걸리는 곳에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고 E-잉크와 같은 디지털 잉크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회 등 매일 매일 행사가 엄청나게 많이 개최되는 곳 대상으로 일회용 현수막 대신 재사용 현수막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행사 사진 찍기용으로 현수막이 필요하다면 현수막 앱을 개발해서 사진을 찍은 후 현수막을 입히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쓰레기 제로, 나아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익숙한 물질 소비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의식적 노력과 제도 정비, 기술 개발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쓰레기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자타공인 ‘쓰레기 박사’. 2014년부터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설립해 폐기물·자원순환 정책 및 제도 등에 조언을 제공하며 쓰레기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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