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차별금지법 제정, 윤석열 정부와
21대 국회의 소중한 성과로 기억되길
여가부, 여성 인권 증진 방향으로 조직 개편해야
부정적 논의 진행 시 의견 표명할 것
독립성 높이려면 인력·예산 확충 필요한데
‘작은 정부’ 기조 속 어려움 많아
정부 바뀌어도 인권위 본분은 그대로”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취임 1년을 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중요한 과제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꼽았다.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제정 논의를 미루는 국회를 향해 “‘100% 지지’ 여론을 기다린다는 것은 영구히 (평등법 제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용기 있게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성차별이 심각하고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인권위의 변함 없는 입장”이라며 “여성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적절한 형태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러 인권 현안, 인권위의 나아갈 길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평등법 제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가 결단을 내려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급행열차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평등법 제정이 윤석열 정부, 21대 국회의 소중한 성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시기가 무르익었다. 여론은 확인할 만큼 확인했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평등법이 제정될 때도 국민의 100%가 찬성했던 건 아니다. ‘100% 지지’를 기다린다는 것은 영구히 (평등법 제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용기 있게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국회에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 논쟁 속에서 자칫 평등법 제정 등 인권 문제가 실종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인권위가 획기적 해법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답답하다”라고 고백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인권위는 ‘여가부 폐지’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때부터 상당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여가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니까 ‘무조건 폐지가 아니라 효율적 기능 수행을 위해 발전적으로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는 (정부의) 수정 의견도 나오면서 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을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여성이 모든 면에 있어서 남성에 비해 권리, 이익의 측면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고 그것이 앞으로 좀 더 증진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기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여가부의 폐지 또는 기능 재배치 논의가 여성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인권위 내부에서 잘 논의해서 필요한 경우 적절한 형태로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100대 과제를 권고했다. 인권 전문가들이 향후 5년간(2023~2027년) 시급히 해결하거나 집중 개선해야 할 핵심 인권 과제 100개를 선정했는데, 차별금지법 제정, 성차별·성폭력 대응 강화, 공적 영역의 여성 대표성 강화 등도 포함됐다. 송두환 위원장은 “NAP 이행 상황을 잘 지켜보고, 의견을 더 낼 필요가 있다면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다. 군 인권 보호체계는 1과에서 1국 3과 체제로 확대됐다. 송두환 위원장은 인력 미충원, 군인권보호관을 기존 상임위원이 겸직하도록 해 업무 부담 증가, 군인권보호관이 군 당국 협조를 얻어야만 방문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 그간 드러난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군인권보호관 출범 자체가 인권 친화적 병영문화를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군 당국은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협력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가 2020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진정을 각하 처분해 ‘판단을 회피했다’는 논란이 최근 일었다. 송두환 위원장은 “당시 각 부처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인권위가 확보할 수 있었던 답변서, 언론 보도 내용만 갖고 실체적 판단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냥 손을 놓은 게 아니라 ‘각하 후 의견표명’을 했다”고 해명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인권위는 올해 설립 21주년을 맞았다. 새롭고 논쟁적인 인권 과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인권위의 할 일도 늘고 있다. 독립성,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송두환 위원장은 “조직 규모, 인력, 예산 등을 늘려야 하는데 돌파구를 잘 못 찾고 있다”, “‘작은 정부’ 추구 흐름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가적 차원의 인권 체계를 규정하고 인권위와 법무부의 인권 기능을 구체화한 ‘인권정책기본법’ 제정, 인권위의 핵심 기능인 조사와 구제, 인권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작업도 시작됐다. 그러나 여야 정쟁에 가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송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부가 바뀐다고 인권위의 할 일, 지향하는 목표에는 변동이 없다”, “인권위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야, 보수/진보를 넘어 공통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가치”라며 “외적 상황을 특별히 인식하지 않고 본래 하던 기준, 방식에 따라서 일하는 게 제 본분”이라고 말했다.

또 “선진국의 척도는 인권 수준이다. 대한민국이 평등법 제정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모범적으로 수용해서 인권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권위는 앞으로 어떤 상황 조건에서도 인권의 보편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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