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앞에 두고 교단서 누운 중학생
‘막장’ 수업 동영상 SNS에 퍼져 논란
여성 교사 41.3% “성희롱·성폭력 피해”
성폭력 행위자 55.8%는 학생

전교조의 2021년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8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성의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26.6%)였다. 이어서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18.2%),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전화, 문자 및 SNS 포함)(14.3%),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2%) 순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의 2021년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보고서’. ⓒ여성신문

최근 충남 홍성의 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교권 추락의 실태가 드러났다. 특히 여성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태도에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성 교사의 경우 남학생과의 관계에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학생이 권력의 우위를 가지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 8월 26일 SNS에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교단에 올라가 누운 채 수업 중인 여성 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안겼다. 같은 SNS 계정에는 상의를 탈의한 채 수업을 듣는 학생의 모습도 올라와 있었다. 조사 결과 교단에 누웠던 남학생은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교단으로 올라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충남교육청 측은 사진이 촬영됐을 가능성과 해당 교사에 대한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교사 81.1% “그렇다”


최근 10년 간 교권침해 상담수 현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최근 10년간 교권침해 상담수 현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이번 사건은 교권 추락을 명확하게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실시한 ‘교권보장 정책 평가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교사 의견조사’에 따르면,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유·초·중·고 교사 2513명의 81.1%가 그렇다고 답했다. 교권 침해 실태는 통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2021년 발표한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교권침해 상담수는 증가세를 꾸준히 보이다가 2016년 572건으로 정점을 찍고 2020년까지 500건대 초반을 유지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위드코로나가 자리를 잡고 학생들의 대면수업이 증가하자 다시 2020년 402건에서 2021년 437건으로 약 8%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여성 교사 41.3% “성희롱·성폭력 피해 있어”
행위자 55.8%는 학생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교실에서 웃통을 벗은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교권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교육 당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틱톡 캡처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교실에서 웃통을 벗은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교권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교육 당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틱톡 캡처

특히 이번 충남 홍성 사례와 같이 학생들이 여성 교사에 대해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 교사들은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전교조의 2021년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8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을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서, 하나라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 교사의 비율은 41.3%이었다. 여성의 가장 많은 피해 경험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26.6%)였다. 이어서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18.2%),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전화, 문자 및 SNS 포함)(14.3%),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2%) 순이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행위자에 대해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여성 교사의 응답으로는 학생(55.8%), 동료 교사(49.1%), 학교 관리자(24.7%) 등이 나왔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복도를 지나가는 여성 교사의 신체일부를 휴대폰으로 촬영하여 친구들과의 메신저에 사진을 공유하여 교사에게 심각한 수치심을 준 경우가 있었다. 또한 여성 교사에게 여러 명의 학생이 집단으로 성희롱 발언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며 수업을 방해하기도 했다.(교총, 2021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

이런 상황에도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 지금은 오히려 학생을 제재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기 일쑤다.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잔 학생을 깨웠다가 소송을 당하는 식이다. 2021년 교총에서 지원한 소송만 90건에 이른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교권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달 31일 3기 정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교권보호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례 수준에서 담을 수 있는 최대치의 교권보호 내용을 담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강득구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현행법 조항은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는데, 이가 ‘징계할 수 있다’로 바뀌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현재는 교원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교권침해나 수업방해 등이 있을 때 학생들을 즉각적으로 제재할 수 있고,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학생부에 기록을 해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생활 지도 강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권에 대한 존중풍토 조성이 되어야 한다”며 “교권이 교사의 권리를 올리는 게 아니라 여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혔다.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손지은 전교조 부위원장은 “젠더 권력구조가 학교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학내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서도 매뉴얼을 마련하거나 교육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전담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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