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지기 기획전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서 열려
작가 10명 참여...고려에서 영감 얻은
도자기·유리·목공예 작품 등 200여 점 선보여

아름지기의 2022년 기획전시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에서 볼 수 있는 고려상차림. 온지음 맛공방이 전시 참여 작가들의 그릇을 배치해 현대적이고도 미려한 상차림을 구성했다. ⓒ아름지기 제공/촬영 이종근
아름지기의 2022년 기획전시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에서 볼 수 있는 고려상차림. 온지음 맛공방이 전시 참여 작가들의 그릇을 배치해 현대적이고도 미려한 상차림을 구성했다. ⓒ아름지기 제공/촬영 이종근

은은히 빛나는 푸른 접시들, 존재감이 뚜렷한 검은 주전자, 알알히 박힌 은가루가 영롱한 유리병, 자연스럽게 휘어진 옻칠 목기....

고려의 우아하고 미려한 상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금속공예가, 유리공예가, 도예가 등 작가 10명이 참여해 고려의 문화와 유물로부터 영감을 받은 도자기·유리·목공예 작품 등 200여 점을 선보였다. 

아름지기의 기획전시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이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에서 개막했다. 주제는 고려 ‘식문화’다. 신지혜 아름지기 디렉터는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의 장인들은 타국의 좋은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적인 것으로 녹여냈다. 당대 식문화처럼 잊혔던 우리 문화의 정수를 전문가들과 함께 뽑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희영 책임큐레이터는 “소실된 자료도 많아서 고려의 식문화를 면밀히 들여다보기는 어려웠으나 고려의 아름답고 고운 멋을 현대에 맞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했다.

1층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선·형·색’에서는 고려청자부터 석기, 금속기, 유리 등의 다양한 유물에서 발견되는 우아한 문양과 형태, 아름다운 색 등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다. 김혜정, 양유완, 이은범 작가가 섬세하면서도 유연한 실루엣, 부드럽고 포근한 형태, 유약과 재료의 새로운 배합으로 탄생한 다채로운 색감과 질감을 활용, 고려의 상차림을 현대적으로 제시했다.

2층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고려음식, 그리고 술과 어울리는 개성음식’ 에서는 국제무역항으로 성장한 벽란도 일대에 즐비했던 객점과 주점, 다점에서 영감을 얻어 공간을 꾸몄다. 당대 음식도 소개한다. 쌍화점 공간에서는 쌍화만두, 설렁탕, 순대를 소개한다. 개성소주, 봉래주와 어울리는 개성음식인 보김치, 설야멱적, 조랭이떡국도 있다.

고려 시대에는 청자뿐만 아니라 금, 은, 유리 등 다양한 재질로 된 주기(酒器)를 활용하였다. 류연희, 양유완, 이인진 작가가 고려시대 술 문화를 형성한 주기 유물들을 연구,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2층 아름지기 한옥공간에서는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맛공방이 준비한 “고려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개성지역 채식상차림”을 만날 수 있다. 고려는 불교가 융성함에 따라 술, 차, 채식 문화가 발달했다. 두부, 토란, 금채(상추), 곤포곽(미역과 다시마), 인삼 등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이헌정 작가는 청자 구절판, 청자 기와 등 다양한 고려유물을 현대화한 상차림을 완성했다. 강석근 작가는 나무, 돌, 옻칠을 활용해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인 고려 찻상을 제안한다. 강웅기, 류연희 작가는 섬세하고 화려한 금속에 돌과 나무를 결합해 고려 주자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했다.

온지음 맛공방은 ‘미려하고 이상적인, 현대화한 고려상차림’을 주제로 손님맞이용 고려상차림도 제안한다. 참여 작가들의 그릇으로 현대적이고도 미려한 상차림을 구성했다.

김혜정 도예작가는 “고려청자는 개인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서 분업한 결과, 국가 산업 차원으로 만든 것이다. 저희 같은 개별 작가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지향점이다. 그러나 그 깊이 있는 색감, 매력과 우아함을 부족하나마 저희 세대의 작업에 반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유완 유리공예 작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려고 했다. 유리에 도자기 유약을 묻히기도 했고, 유리 사이에 동을 끼우기도 했다. 기포가 많고 모양도 찌그러졌지만 백자처럼 흰 빛, 청자처럼 푸른 빛이 감돌아서 유리에 이런 색을 낼 수 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려를 좋아해서 다른 계획을 취소하고 이번 전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강석근 목공예가는 “고려 시대의 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재현도 해보고 현대적 재해석도 시도했다. 가장 인체공학적인 찻잔 두께 등 나름의 데이터도 얻었다”고 밝혔다.

이인진 도예작가는 “고려 유물은 볼 때마다 설렌다. 젊을 땐 잘 몰랐는데 그 섬세한 선과 미감이 좋다. 이번 전시는 옛것을 통해 젊은 층과 소통하면서 그간 해온 일들을 정리하는 전시다. 이런 전시를 열 수 있는 아름지기 같은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아름지기는 매년 1회 의식주를 테마로 한 기획전시를 연다. 아름지기는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현대생활에 맞게 재해석한다’는 신념을 갖고, 유물·사료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의 정수를 탐구하고 현대생활의 쓰임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물들을 소개해왔다.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은 “다양한 사료들을 토대로 고려시대의 미려(味麗 이자 美麗)한 식문화를 소개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고려시대를 추상하여 감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천 년 전 고려 식문화가 지금 우리의 감각과 얼마나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 살피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한다” 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15일까지 열린다. 까르띠에, (주)이건창호,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및 후원자 특별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 일정 및 참가 예매는 아름지기 홈페이지(www.arumjigi.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름지기의 2022년 기획전시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 전시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개최됐다. ⓒ아름지기 제공/전시디자인 지요건축사사무소
아름지기의 2022년 기획전시 ‘고려味려 : 추상하는 감각’ 전시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개최됐다. ⓒ아름지기 제공/전시디자인 지요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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