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
코로나19 딛고 1년 만에 대면
양성평등문화인상에 민규동 감독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에
다큐 ‘제주여성, 허스토리’
양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상 ‘루이즈더우먼’
개인상 송진희 부산문화예술계반성폭력연대 대표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에 옥희살롱
신진여성문화인상 5인 수상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수상자들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수상자들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시상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성평등 문화 확산에 앞장선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장이 열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7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렸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성평등 사회 조성, 일상 속 성 역할 고정관념 개선 등 성평등 문화 조성에 기여한 문화인과 문화 콘텐츠를 발굴·포상하고자 마련됐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임인옥)가 2008년 제정, 매년 시상해왔다. (주)여성신문사(사장 김효선)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가 후원한다. 지난해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개최됐는데, 올해는 예년처럼 수상자들, 시상자 등이 한데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은 민규동 영화감독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은 민규동 영화감독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민규동 감독이 대상인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남성 최초로 수상했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했다. 섬세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났고, ‘허스토리’(2018)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의 관점으로 역사를 표현해 호평받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를 맡아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한국 영화와 관련 영화인을 선정, 시상하는 ‘벡델데이’ 행사를 기획·개최하고 있다.

민규동 감독은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많이 들었는데 남성 최초는 처음이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오류를 고쳐나가겠다”라며 “제 영화적 성취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에게 주신 상 같다. 성평등 가치를 향한 재미있는 실험, 유의미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요즘은 불평등의 해결을 포함해 생존을 고민한다. 조합 실태조사 결과 소속 감독의 70%는 연봉이 2000만원 미만, 30%는 아예 5년간 소득이 없다”며 “그럼에도 더 좋은 영화를 만들려는 감독들, 작가들을 지지한다. 이 상은 그들과 더 섬세하게 연대하고 매 순간 각성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게 하는, 정신이 확 드는 ‘죽비’, ‘등짝 스매싱’이라고 생각한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제주여성, 허스토리’로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안현미 스토리AHN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다큐멘터리 ‘제주여성, 허스토리’로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안현미 스토리AHN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에는 굴곡진 역사 속 제주 여성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제주여성, 허스토리’가 선정됐다. 스토리AHN이 제작했고,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 ‘물숨’을 연출한 고희영 감독이 진행자로 참여했다. 남성 중심 역사에서 그림자로 존재했던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제주 여성 생애사 아카이브 중요성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현미 스토리AHN 대표는 “제주는 여성의 섬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4.3 사건, 6.25 전쟁을 겪은 그분들의 삶을 담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했다”며 “이 상은 그분들의 삶에 꽃을 다는 의미 있는 상”, “지쳐 있던 마음에 열심히 하라는 회초리”라고 말했다.

‘제주여성, 허스토리’는 방송작가로 33년간 일했던 안현미 대표의 첫 연출작이다. 그는 고희영 감독, 스태프 등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삼촌들(제주도에서는 친한 여성 어른도 ‘삼촌’이라고 부른다 - 편집자주)과의 만남은 값진 시간이었다. 그림자 같은 여성의 생애를 복원하는 일을 해나가겠다”며 차기작에 대한 열의도 보였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상을 받은 오연진 루이즈더우먼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상을 받은 오연진 루이즈더우먼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양성평등문화지원상’ 단체 부문 수상자인 ‘루이즈더우먼’은 시각예술분야 여성 예술인들의 연결과 성장을 지원하는 단체다. 현재 148명이 참여해 예술인을 위한 성평등 교육 지원, 여성주의적 시각을 토대로 한 콘텐츠와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보다 안전한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예술계 내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연진 루이즈더우먼 대표는 “‘루이즈더우먼’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과 부조리에 함께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커뮤니티”라며 “시각예술계에는 좋은 작업을 하는 여성 작가가 많지만 충분히 조명받거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성 예술인들의 작업을 충분히 알리고 그들 간 연대를 만들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저희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개인 부문)을 받은 송진희 작가·부산문화예술계반성폭력연대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양성평등문화지원상(개인 부문)을 받은 송진희 작가·부산문화예술계반성폭력연대 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 부문 수상자로는 부산문화예술계 반성폭력연대 대표인 송진희 작가가 선정됐다. 송 작가는 문화예술계 여성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제도 수립과 반성폭력 운동을 진행하며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 가치를 확산에 기여했다.

송진희 작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에 응답해 부산 여성문화예술인들과 반성폭력 현장 만들기에 나서게 됐다. 견고하고 단단한 벽을 맨손으로 두드리는 일이었다. 여럿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과정을 통해 변화를 체감하고 배울 수 있는 힘들지만 소중한 과정이었다”라며 “페미니스트 예술인들이 좀 더 잘 먹고 잘 쉬고 잘 일할 수 있는 일상을 영위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다른 예술, 다른 삶을 만드는 힘을 갖고 계속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을 받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공동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을 받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공동대표가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은 성평등, 인권, 존엄의 가치를 중심으로 생애 문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민간단체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에 돌아갔다.

김영옥 옥희살롱 상임대표는 “오늘 ‘양성평등문화상’ 15년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역대 수상자들 영상을 보면서 중요한 공동체에 들어오는 과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뜻깊고 아름다운 공동체에 들어서게 돼 감사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성평등 문화 실천에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들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근하 만화작가, 김정은 영화감독, 안가영 작가, 정은혜 작가·배우, 황모과 소설가. ⓒ홍수형 기자/황모과 소설가 사진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제공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들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근하 만화작가, 김정은 영화감독, 안가영 작가, 정은혜 작가·배우, 황모과 소설가. ⓒ홍수형 기자/황모과 소설가 사진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제공

문화·예술·체육계에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은 △근하 만화작가 △김정은 영화감독 △안가영 미디어아티스트 △정은혜 미술작가·배우 △황모과 소설가 등 총 5명이 받았다.

황모과 작가는 올해 초 펴낸 첫 번째 SF 장편소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문학과지성사)에서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는 속설로 인한 여아 선별 임신중지를 모티프로 삼아 이야기를 펼쳤다. 일본에 거주하는 작가는 이런 소감을 보내왔다. “약자에게 더 가혹한 시절이다. 고독한 순간을 맞더라도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떠올리자. 언젠가 이 순간이 새롭게 해석될 거라는 걸 떠올리면서 우리가 먼저 자신에게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자. 모두가 존중받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저도 더 고민하고 전진하겠다.”

정은혜 작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이자 캐리커처 4000장을 그린 화가, 그림 에세이를 출간한 작가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수상소감으로 “저는 작가, 배우로 활동 중이고, 동료들과 일하면서 돈도 벌고 있다. 발달장애인이고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저희 엄마처럼 늙어서도 오래, 건강하게 작가로 활동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안가영 작가는 미디어 아트, 게임 아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임 등 디지털 환경 속에서 여성이 겪는 경험과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상을 받게 돼 기쁘고 무게만큼의 책임감도 느낀다. 말로만 (페미니즘 실천을) 하지 않고 여러 작품 활동으로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후배, 동료 예술가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작가, 창작자로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감독은 올해 개봉한 첫 장편영화 ‘경아의 딸’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왓챠가 주목한 장편’,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등 2관왕을 차지했고,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경아의 딸’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아픔을 모녀 관계를 통해 그린 영화다. 그는 “여성 감독이지만 이 영화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피해자가 영화를 보고 상처받지 않을까 고민도 두려움도 컸다”며 “이 상은 제게 더 정진할 수 있는 기회다. 앞으로도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의 삶과 마음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근하 작가는 젊은 여성, 성소수자 등이 등장하는 만화를 다수 그렸다. 지난 6월 펴낸 첫 장편만화 『사랑하는 이모들』(창비)는 중학생 주인공과 그의 이모, 이모의 동성 연인이 함께 살며 시작되는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다. 그는 “제가 만화, 소설, 영화를 통해 치유를 받았듯 제 만화와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 상을 받으니 제 꿈을 어느 정도 이룬 듯하다. 더 많이 공부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최근 여당 정치인의 발언 직후 중단된 여성가족부의 ‘버터나이프 크루’(청년 성평등 추진단)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7일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2022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날 참석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은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툼한 역사서”가 됐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성평등 확산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전병극 차관은 “문체부도 문화·체육·관광 분야에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고, 종사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또한 현장에서 성별에 따른 불평등은 없는지 살피고 정책·제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도 훌륭한 결실을 거두기를 바라며 정부도 항상 여러분의 동행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는 “심사를 할 때마다, 치열하게 작업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볼 때마다 늘 고맙고 조마조마했다. 문화예술인들이 그 길을 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면서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올해 첫 남성 수상자가 나왔다. 15주년을 맞아 정말로 변화가 오는구나 싶다”며 “성평등 사회를 위해 남녀가 함께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꿈이다. 우리가 계속 연결되기를, 이를 위한 문화예술인들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여성신문도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상자들과 그 친지들, 시상자, 심사·자문위원 등 50여 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고애란 연세대 생활과학대학 의류환경학과 교수, 2012년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인 김영숙 연극 연출가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편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역대 수상자들과 함께 양성평등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15주년 아카이브전 ‘괄호를 열고+’ 전시회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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