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고 봉사하는 리더 되겠다

국내 여검사 3호...대한민국여자검사회 회장으로 '큰언니' 역할

아들 키워주면 사회생활 지원한 친정 어머니에게 특히 감사

"검사들이 공정하게 사건을 판단하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봉사하는 리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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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역사상 첫 여성 부장검사로 발탁돼 화제를 모은 조희진씨(41, 사시 29회)는 중간 관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심부름꾼'에 비유했다. 그가 발령을 받은 의정부 지검 형사 4부에는 모두 8명의 검사가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은 3명. 대부분 2001년 이후 입사한 어린 후배들이다.

"처음 검사가 됐을 때 여성 선배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여성 후배들에게 제가 느꼈던 결핍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후배들에게도 조직에서 여성 상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내 여검사 3호' 기록 소유자인 조 부장검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후 90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검, 수원지검 등을 거쳐 1998년 법무부 초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일했고 2002년엔 여성 첫 부부장 검사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그의 이름 앞에 늘 '첫'이란 글자가 붙게 된 이유는 현직에 몸담고 있는 여검사 선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첫 여검사였던 조배숙 현 열린우리당 의원은 검사가 된지 4년만에 판사로 전직했다. 그 뒤를 이은 2호 여검사 임숙경 변호사도 87년 검사복을 벗으면서 82년 이후 유지됐던 여검사의 명맥이 중단됐다.

"검사로 일하면서 수사기법이나 범죄자의 형량을 결정할때 지나치게 원칙만 고수한 게 아닌가 갈등할 때가 많았습니다. 구형할 때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제 판단이 여러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부장검사는 "'걸어다니는 독립 관청'이라 불릴 정도로 검사의 권한이 막강하지만 진실규명에 대한 사명감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면서 "사건을 맡을 때마다 막중한 책임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검사 경력 15년. 조 부장검사는 성폭력 등 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건을 맡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최근 근무한 법무부 연구검사실에서는 검찰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했다.

"새내기 검사 시절, 경력 7~8년의 베테랑 수사관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경험이 많은 그들의 눈에는 대강대강 넘어갈 일들이 제게는 그렇게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저는 어떻게 말을 해야 효과적으로 제 의도를 전할 수 있을지 표현법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남자들과 일할 때는 의사 표현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잦은 야근과 술자리, 팀원들과의 갈등, 진실규명에 대한 사명감 등 아이를 키우면서 검사 생활을 하기란 조 부장검사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친정 어머니 덕분이었다. 승진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남편(송수근씨, 청와대 교육문화비서실 행정관)이 아닌 어머니였다.

"1남 4녀중 막내로 자란 저는 어릴 때 매우 유난스런 아이였습니다. 장난도 심하고 그릇도 잘 깨뜨리고... 맘껏 사회생활하라며 제 아들을 키워주신 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그를 가슴이 따뜻한 여검사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임현선 기자 sun5@

검찰이 변하고 있다.

女 검찰총장 언제 탄생할까

여성 검사, 해마다 20여명씩 증가...16년후 헤아려

폐쇄 권위적 검사 조직 점차 개방화 추세

"폐쇄적인 검사 조직이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을 통솔할 중간 관리자로 여성을 선택한 점도 변화의 한 모습입니다. 검사들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 홍보팀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조희진 부장검사는 달라지는 검찰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 직제상으로 볼 때 부장검사 수는 전국적으로 165명에 불과하다. 4~5년만에 승진하는 통상적인 검사 승진 연한을 감안하면, 조 부장검사가 검사복을 벗지 않는한 약 16~20년 뒤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검사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매우 희소성이 큰 직업으로 꼽힌다. 2004년 6월 현재 전국적으로 1천502명의 검사가 일하고 있으며 이중 여검사는 7% 수준인 106명을 차지한다. 법조계에서 여성파워가 강해지고 있다고 하지만 검사 조직은 예외임을 확인시켜주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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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검사 가운데 80% 정도는 2001년 이후 들어온 신출내기들이다. 따라서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던 2000년까지 검사 사회에서 여성 검사는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여검사들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튀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조 부장검사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데..."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옷차림이나 말하는 태도 역시 조신하게 보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여자검사회 회장을 맡아 대선배로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여검사 수가 106명으로 늘어난 지금, 후배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원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들에게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나타내면서 일의 영역을 넓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친목도모가 주 업무였던 대한민국여검사회는 앞으로 연구 모임으로 성격이 바뀔 것입니다."

한편, 최근 여성 검사 수의 급증과 관련해 법무부 검찰1과 인사담당자는 "직업의 세계에서 여성, 남성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는 검사도 마찬가지"라면서 "추진력, 치밀, 끈기, 강한 체력을 갖췄다면 유능한 검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사법연수원중에서 검사 지망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 2001년부터 상위 성적 20~30%안에 드는 여성 20여명이 꾸준히 검사로 발령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현선 기자 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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