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금, 임신 초기 소진 많아
꼭 필요한 기형아 검사‧입덧약‧유산방지제는 비급여
산부인과학회 “분만비 전액 국가 지원해야”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성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들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베이비 푸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여성신문·뉴시스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성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들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베이비 푸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성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입덧약이나 유산방지제 등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들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베이비 푸어’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임신‧출산진료비 지원제도’를 확대 시행했다. 기존엔 임신 1회당 일태아 60만원, 다태아 100만원이었던 지원금이 임신 1회당 일태아 100만원, 다태아 140만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지원금을 임신‧출산 관련 치료비로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항목도 확대돼 지원금을 진료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지원금은 임신부의 경제적 부담을 완벽히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10월 진선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비장애 산모의 출산 비용만도 177만 4000원으로 지원금을 훌쩍 넘긴 금액이다.

지원금의 50% 이상 소진하는 기형아 검사
수요 많은데도 비급여인 입덧약
비급여 기준 까다로운 조산 방지제


특히 유산방지제 주사, 니프티 검사(기형아 검사), 조산 방지제 등 수요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비급여인 항목들 때문에 지원금을 임신 초기에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비급여 진료비용 가격공개 대상에 포함된 니프티 검사의 경우 평균 50~70만원으로 한 번에 지원금을 거의 다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출산한 김정한(가명) 씨는 “임신 중 실시해야 하는 검사의 경우 필수나 선택 여부 상관없이 급여로 전환되면 부담이 좀 줄어들 것 같다. 저 같은 경우 입덧약, 니프티 검사, 비급여 초음파 등으로 임신 22주 차에 바우처 100만원을 모두 소진했다”면서 노령 산모라 기형아 검사 시기에 니프티 검사를 진행했는데, 비급여 항목이라 55만원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입덧약의 경우 수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비급여 항목이다. 입덧은 임산부의 50~80%가 겪는 증상인 만큼 입덧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덧약인 디클렉틴은 한 알에 1500원꼴이다. 하루에 두 알을 먹는다고 계산하면 한 달에 9만원인 셈이다.

현재 임신 중인 이지희(가명) 씨는 “임신 8주차부터 약 21주차까지 입덧했다. 정확하지 않지만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를 입덧약 비용으로 지불했다. 임산부 바우처에 대한 정보가 없어 신청이 늦었고, 초기 10만원 정도는 자비로 지불했다”고 답했다.

조산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약제인 아토시반의 경우 급여 기준이 매우 제한돼있어 문제가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궁수축억제제 급여 적용기준에 따르면, 아토시반은 1차 치료에서 리토드린 제제를 사용한 후 심계향진, 빈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 등이 발생한 경우, 즉 2차 치료 투여 시에만 급여가 인정되고 이외는 전부 비급여다. 아토시반의 환자본인부담금은 보험급여 적용 시 1주기당 5만원 정도지만 1차에 사용하거나 3주기 이후 비급여 투여할 경우 그 10배인 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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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라고 해서 의사가 제안한 검사나 초음파 거절 어려워... 현실와 정책사이의 괴리감 커”


20대 국회 임기 당시 임신과 출산을 모두 경험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실제와 정책 사이의 괴리감이 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임신 도중 아이에게 어떤 이상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비급여라고 의사가 제안하는 검사나 초음파를 거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인구절벽‧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나라에서 비급여 항목이 이렇게 많은 상황이 기묘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신‧출산 관련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 임산부들의 부담이 높아지자 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박중신)는 올해 초 ‘전액 국가 지원’을 제안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출산율은 정부가 수년째 예산을 투입했지만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신, 출산 관련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져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임신을 원하면 비용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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