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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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는 부침개를 올릴 필요가 없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지 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성균관에서 제안한 간소화된 차례상은 단연 올 추석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라 차량 이동량도 크게 늘었고 주변에서 오랜만에 명절을 명절답게 보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렇게 명절 연휴가 끝나면 항상 두 가지가 남는다. 첫째는 가족 간의 끈끈한 정(情)이고, 둘째는 쓰레기다. 먹지 않고 버려지는 차례 음식과 포장 쓰레기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에는 연휴 기간 중 2만 1495톤의 쓰레기가 배출되면서, 직전 주 배출량 1만 8378톤보다 17%P나 늘어났다. 특히 명절 선물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 내용물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큰 상자와 그 상자를 가득 채운 일회용 플라스틱 고정재, 상자를 감싼 보자기와 부직포 가방까지... 선물 하나를 풀었을 뿐인데 처치 곤란 포장재가 가득하다. 거주지역 분리수거장마다 재활용인지 일반쓰레기인지도 헷갈리는 선물 포장재로 쓰레기 산을 이룬다. 명절마다 사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선물로 주고받는 셈이다.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에 버려진 선물 포장용 비닐과 스티로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에 버려진 선물 포장용 비닐과 스티로폼.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방지, 개선하기 위해 명절 전후로 과대포장 단속을 하고 있다. 환경부의 ‘제품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음식료품 등 23개 품목에 대해 포장공간 비율(용기 대비 빈 공간 비율)은 10~35% 이내로, 포장횟수는 1~2차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과대포장 기준에 해당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지난해 추석에는 1만 1417개, 올 설에는 1만 2049개 제품을 점검했지만, 적발 건수는 각각 77건과 55건에 불과했다. 전체의 1% 미만이다. 과대포장 단속에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로 과일에 사용하는 꽃받침 모양의 스티로폼은 제품의 절반 정도만을 감싸기 때문에 규정상 포장재가 아니다. 재활용이 되지 않아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데도, 여러 개로 싸도 과대포장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고정재 또는 완충재를 사용한 제품에는 ‘가산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상품의 크기를 원래 크기보다 더 크게 적용하기 때문에 포장공간으로 계산되는 부분이 그만큼 줄어든다. 일반인의 눈에는 과대포장으로 보이는데 규정대로 하면 과대포장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환경부는 2019년 ‘자원재활용법 하위 법령 개정안’을 발표, 가산 공간을 기존 5mm에서 2.5mm로 줄였지만 가산 공간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커지면서 종이 재질 포장재를 도입하는 기업이 생기고 있지만, 이것 또한 쓰레기이다. 정부 규제 기준 강화도 필요하고 기업의 친환경 정책도 뒤따라야 하겠지만, 소비자의 생각이 바뀌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가 원할 때 기업은 가장 빠르게 바뀐다. 편리함 때문에 혹은 정성스럽다는 이유로 찜찜한 과대포장을 용인해 왔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을 바꿔 보자. 500년 유교 전통의 성균관도 국민의 뜻을 살펴 바뀌지 않았는가? 불편하고 덜 화려하더라도 지나친 포장을 과감하게 걷어내자. ‘가산 공간’ 대신 마음으로 채운 선물이 가장 세련된 선물이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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