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체포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씨 의문사
이란 정부 강경대처 예고...군경 5명도 사망

[테헤란=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됐던 여성이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지난 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0대 여성이 16일 경찰 조사 중 숨지자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복장 규정 위반으로 구금됐던 여성이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지난 13일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20대 여성이 16일 경찰 조사 중 숨지자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란에서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각계각층의 동참 속에 확산되고 있다. 이란 정부가 강경대처를 예고했다.

BBC와 CNN, AFP 등 주요 외신은 이란 전체 31개주 80여개 도시에서 24일(현지시각) 동시다발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지난 16일 의문사한 것에 반발하며 시작된 시위가 2009년 부정 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 운동’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군경 5명을 포함해 이날까지 최소 35명이 숨졌다. 인권단체들은 최소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까지 적어도 12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경과 시위대 간의 무력충돌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보안군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실탄을 사용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찰이 창문을 향해 사격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히잡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이 불태워지고, 경찰 본부와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정치·경제 위기에 시달려온 이란 국민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집권한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억압적인 통치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북부의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과 남부 노동계급의 시장 상인들, 투르크족과 쿠르드족이 건국 이후 처음으로 하나로 뭉쳤다”라며 “시위대의 다양성은 경기 침체와 사회 부패, 정치 억압 등 전방위적인 불만의 폭을 반영한다”라고 진단했다.

국제사회와 IT기업 등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4일 트위터에 “이란 국민의 인터넷 자유와 정보의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조치했다”는 온라인 성명을 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에 위성 광대역 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제재 면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22일 미국 뉴욕에서 히잡 착용 요구를 거절한 CNN의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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