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위안부’ 피해자 95명 국가 상대 손배소
대법 “미군 ‘위안부’ 피해자에 배상해야”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 모 씨 외 9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 내 기지촌 미군 ‘위안부’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후 원고 측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청구고송 대법원 선고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고들과 함께 활동해온 우순덕 햇살사회복지회 대표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기지촌 여성들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한 지 8년 만에 오늘 마침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국회가 답해야 한다.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공동변호인단의 일원인 하주희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에게 한 불법행위는 총 두 가지로, 기지촌에서의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조장했다는 것과 의사의 진단 없이 성병이라고 의심되면 낙검자 수용소로 격리시킨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제 이 사실을 직시하고 과거의 일을 청산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원고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원고의 발언도 이어졌다. 박 씨는 “2014년 처음 소송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하지도 않았다. 감히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며 “오늘 드디어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문정주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90년대 경기도 의정부시 보건소에서 근무했다고 밝히면서 “기지촌 미군 여성들은 일주일마다 한 번씩 성병 검진을 받고 도장을 받아야 했다.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검사임에도 비인격적으로 시행되었다”며 “현장에 나가서 한 사람 한 사람 성병 검사를 받았는지 확인받았고, 도장이 없으면 제재를 받고 수용소에 감금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어떤 누구의 인권도 유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민문정 상임대표는 연대 발언에 나서 “오늘 대법원 판결은 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적 판단과 달리 국가는 행정적으로 정책적으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 판결을 인정하고 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책임감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국 내 기지촌 미군'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판결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이 '기지촌 미군위안부에 대해 국가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이 “여성인권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판결”이라고 말하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낙인과 배제 속에서 인격권을 침해당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매듭을 하나 풀었다”고 밝혔다.

오영미 경기여성연대 공동대표는 국회와 경기도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국회는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경기도 의회에서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가 통과됐다. 그러나 경기도는 여러 이유를 대며 지원이 미뤘다. 이제 대법원 판결도 나왔으니 성심성의껏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고 중 한 명인 김숙자(76) 씨는 “과거에는 미군에게 맞거나 억울한 일을 겪어 경찰이나 공무원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대법원 판결을 8년 동안 기다려왔다.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