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민주당에 정부조직개편안 보고
여가부 폐지→복지부 산하 본부 체제로
민주당 "성평등 관련 독립부처 필요" 입장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벌어진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 현장에서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이하나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효율성 측면에서 여가부의 예산과 조직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다양한 부처와의 협업 부분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벌어진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모습. 사진=이하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 체제로 격하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식화했다.

행전안전부는 5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복지부 산하 본부로 두는 안을 골자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오전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정부가 준비 중인 이 같은 내용의 개편안을 보고하고, 민주당의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복지부로 업무를 이관하는 여가부 폐지 방안에 대해 "거버넌스가 통합된 형태로 가는 것이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여가부는 대상 중심의 부처이고, 여성이라는 대상에 대한 것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더 많은 인프라를 가진 부처의 틀 속에서 일하는 것이 더 유기적"이라고 했다. 이어 "효율성 측면에서 여가부의 예산과 조직을 아무리 늘리더라도 다양한 부처와의 협업 부분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형태로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큰 틀로 바꿔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오영환 대변인은 행안부 보고 후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를) 차관급의 본부장으로 격하할 때 성범죄 관련 정책 논의 시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타 부처와의 교섭력 등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문제의식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이 반드시 여가부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등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반복되고 있고, 유엔에서도 성평등 관련한 독립부처의 필요성을 권고하는 게 국제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정이 여가부 문제를 국면 전환을 위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낸 것은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특정 집단에서 지지율을 끌어내보려는,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더욱 자초하는 무지몽매한 자충수"라며 "정치적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운운하며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하며 여가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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