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 영웅, ‘마틸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 영웅, ‘마틸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10.19 01:37
  • 수정 2022-10-1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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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틸다’
또랑또랑한 아역배우들의 힘
베테랑 배우들의 익살 더해
젠더 전형성 못 깬 인물묘사는 아쉬워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넘버 ‘Revolting children(반항하는 아이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넘버 ‘Revolting children(반항하는 아이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악당들과 싸워 승리하는 비범한 소녀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뮤지컬 ‘마틸다’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중 하나다. 2018년 아시아·비영어권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올랐고, 4년 만에 돌아왔다. 

‘마틸다’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원작은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의 1988년작 동화다. 33년간 세대와 국경을 넘어 변신을 거듭했다. 영국 동화가 미국 영화로, 세계 각국의 뮤지컬로,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뮤지컬 영화로(오는 12월 넷플릭스 공개 예정) 재탄생했다.

한국에서 만나는 뮤지컬 ‘마틸다’의 매력은 또랑또랑한 아역 배우들이다. 특히 주인공 ‘마틸다’(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 배우)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 영웅’이다. 가족의 애정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 마나, 날 잡아 잡수라고 다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넘버 ‘Naughty’)라며 맹랑한 복수에 나선다. 거짓말과 폭력을 일삼는 어른들에게 “옳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이 소녀에게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나. 

스마트폰과 메타버스의 시대에 ‘책 읽는 소녀 영웅’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이야기를 사랑하고, 이야기의 힘을 믿는 어린이의 낭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즐거웠다. 

2022 뮤지컬 ‘마틸다’에서 주인공 마틸다 역을 맡은 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에서 주인공 마틸다 역을 맡은 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 배우.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주인공 마틸다(임하윤 분)가 넘버 ‘Naughty’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주인공 마틸다(임하윤 분)가 넘버 ‘Naughty’를 부르고 있다.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넘버 ‘Revolting children(반항하는 아이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022 뮤지컬 ‘마틸다’ 중 넘버 ‘Revolting children(반항하는 아이들)’의 한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이렇게 멋진 주인공이 고독한 수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게 ‘마틸다’의 진짜 매력이다. 소녀는 혼자 싸우지 않는다. 다정한 여성 어른들이 소녀 곁에 있다. 폭력에 움츠러들었던 아이들은 소녀 덕에 용기를 낸다.

다같이 반격하는 장면에서 울려퍼지는 대표 넘버 ‘Revolting Children’(반항하는 아이들)은 공연의 대미다. “틀려먹은 세상의 뒤틀려 먹은 애들/미친 몸짓으로 미친 춤을 추고/눈치 따윈 안 보고 지치지도 않아/이제 트런치불 잘 꺼졌다 잘 가라!” 지난 16일 공연에서 아역 배우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대단했다. 몸을 거칠게 흔들고, 쿵쿵 발을 구르고 소리를 내지르는 배우들에게 관객은 환호성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베테랑 배우들의 힘도 크다. 철없고 나쁜 엄마 ‘미세스 웜우드’ 역의 최정원 배우, 권위적인 학교장이자 아동혐오자 ‘미스 트런치불’ 역의 최재림 배우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초연 무대에 섰던 최정원, 강웅곤, 방진의, 박혜미, 김기정 외 11명의 앙상블 배우들, 장지후, 서만석, 차정현 등 새로운 배우들, 아역 배우 총 20명을 합쳐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 26명이 무대에 선다. 성인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익살스러운 연기 덕에 ‘마틸다’는 ‘아동학대’라는 까다로운 소재를 무겁지 않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다만 2022년에도 원작의 젠더 전형성 묘사를 그대로 가져온 점은 아쉽다. 악당 ‘미스 트런치불’은 덩치 큰 근육질 몸매에 고압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대개 남성이 연기한다. 반면 트런치불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려는 착한 ‘미스 하니’ 선생님은 조근조근한 말투, 작고 마른 몸, 전형적인 여성성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2023년 2월 26일까지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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