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2011년 뉴욕타임스에 실었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의 광고. 옷이 많이 소비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상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우려해 만든 광고였다.  ⓒ파타고니아 웹사이트 캡처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2011년 뉴욕타임스에 실었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의 광고. 옷이 많이 소비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상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우려해 만든 광고였다. ⓒ파타고니아 웹사이트 캡처

지난주부터 갑자기 추위가 찾아온 탓에 플리스 자켓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벌씩은 옷장에 있다는 그 옷, 따뜻하고 부드럽고 가볍기까지 한 일명 뽀글이, 플리스 자켓은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국민 겉옷이 됐다. 교복 위에 플리스 자켓을 입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다가 유명한 플리스 자켓 광고 한 편이 생각났다.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2011년 뉴욕타임스에 실었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의 광고다. 옷이 많이 소비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상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우려해 만든 광고였다. 옷 파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했으니 소비자는 물론 업계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오랜 기간 ‘소비를 줄이는 행동이 지구를 되살리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해 온 파타고니아의 철학과 맞물려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에 공감했고, 한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이미지로 오히려 상품 구매율이 약 40% 증가했다. 이 회사는 블랙프라이데이 이후에도 헌 옷을 가져오면 수선해주고, 여분의 단추나 옷을 스스로 고쳐 입을 수 있도록 반짇고리를 제공하는 등 ‘원웨어(Worn Wear, 이미 입은 옷)’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으며, 1985년부터 매출의 1%를 자연 환경의 복원과 보존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우리가 플리스라고 부르는 원단의 정확한 명칭은 폴라플리스(Polar Fleece)로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폴리에스터와 플리스(양털)의 합성어이다. 전체 의류 원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폴리에스터는 대표적 합성섬유이고 원재료를 석유에서 추출하는데, 이때 많은 양의 전기와 열을 사용한다. 또 합성섬유는 입고 벗는 동안에도 섬유 조각이 떨어져 나가고, 세탁할 때마다 약 1900개의 미세플라스틱(크기가 5㎜ 미만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발생시킨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물이 먹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특히 플리스는 가볍고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섬유 조직을 보송보송하게 가공한 섬유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섬유는 세탁과 건조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기 쉽다. 환경에도 건강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플라스틱이 다른 옷보다 플리스 의류에서 많이 배출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미 구입한 플리스 자켓을 입지 말고 옷장에만 걸어두자는 말은 아니다. 폴리에스테르는 변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천연섬유보다 관리와 보관이 편리해서 한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다. 지나치게 자주 세탁하는 것을 피하고, 세탁할 때는 낮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드럼세탁기로 세탁하면 미세플라스틱을 적게 배출할 수 있다.

최근 폐페트에서 추출한 재생 폴리에스터 원단의 플리스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환경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고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페트병으로 만든 옷은 다시 섬유로 재활용(순환)되지 않고 결국 쓰레기가 된다. 생산에서 폐기까지의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과 의무라고 볼 때, 페트병 재활용이 섬유 쓰레기 문제를 가리는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페트병 플리스라고 무턱대고 ‘친환경’이라며 소비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일까? 적어도 내가 옷 한 벌을 사는 행동이 가지는 환경적인 영향과 의미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혹시 플리스 자켓이 색깔별로 필요하다며 올해도 쇼핑몰을 기웃거리고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한 벌로 충분하다. 지구는 물론이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넘치는 옷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 ⓒ에코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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