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여성이 겪는 부작용 간
통계적 연관성 확인돼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이 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외음부 가려움증 등 증상 위험을 높인다는 환경부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수많은 여성들의 증언이 정부 조사에서도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나온 보고서인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를 미루다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뒤늦게 공개됐다. 그런데 환경부와 식약처는 “생리대 사용이 인체에 위해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연구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2017년 9월 5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 촉구 기자회견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를 열고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통, 생리 혈색 변화, 두통 등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을 높였다.” 21일 식약처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보고서의 골자다.

연구진은 “단면조사와 패널조사 결과 모두 일회용 생리대 함유 화학물질 노출 수준에 따라 생리 관련 불편 증상이 통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생리컵과 생리대 사용자의 비교에서 외음부 증상과 유의성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또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리 관련 증상 유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일회용 생리대 속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를 하는 동안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통, 생리 혈색 변화, 두통 등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을 높이는 것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명확한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험적 모형이나 동물실험 모형을 이용한 노출·흡수연구, 질점막 자극시험, 복합노출을 고려한 독성학적 연구, 생체모니터링을 포함한 실험적 연구, 여성건강평가연구 등의 수행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과 도출 1년 반 만에야 국정감사 중 공개
식약처·환경부 “생리대, 인체 위해하단 건 아냐” 해명
강은미 의원 “연구 결과 뒤집으려는 시도...
생리대 노출·독성평가 어서 실시해야”

이 보고서는 조사 착수 약 5년, 결과 도출 후 약 1년 반 만에야 공개됐다. 시작은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다. 여성들의 생리대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민·관공동협의회를 꾸리고 역학 연구(환경부), 독성·노출평가(식품의약안전처), 여성건강평가(질병관리청)를 약속했다. 환경부는 2018년 12월~2020년 12월까지 여성 약 1만 9000명을 상대로 생리대 건강영향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2021년 4월 공개 예정이었는데, 식약처가 거듭 재검증을 요구하면서 미뤄졌다.

강은미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요구에도 보고서 제출을 계속 거부하다가, 국정감사 때 다시 요구를 받고 지난 20일 밤 자정께 제출했다. 21일 강은미 의원실이 보고서를 공개해 주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식약처와 환경부도 그제야 보고서 주요 내용을 공개하고, 공동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 결과는 역학적 관찰연구로서 화학물질이 생리 증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추정 노출 수준이 생리통, 생리혈색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의 발생과 관련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러한 불편 증상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물리적 자극과 개인의 질병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또 “초기 단계 연구인 만큼, 환경부와 식약처는 함께 추가 연구 검토 등 필요한 조치사항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강은미 의원은 “정부가 마치 생리대가 건강상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경향성이 나타난 연구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식약처는 보고서 결론대로 조속히 생리대 노출·독성평가를 실시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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