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서울 성북구 여행자극장
허솔 배우가 이끄는 ‘프로젝트 SOL’ 작품
경쟁·폭력·전쟁 등 무거운 주제를
퍼포먼스 요소로 유쾌하게 풀어나가
주연인 투견 역, 젊은 여성이 맡아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극단 프로젝트 SOL 제공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극단 프로젝트 SOL 제공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나’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를 해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는 일상의 폭력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여행자극장에서 세 번째 시즌 막을 올렸다.

프로젝트 SOL의 이름을 내건 첫 공식 공연이다. 1992년생 허솔 배우가 대표를 맡은 젊은 극단이다. “저희 극단의 모토는 ‘무거울수록 가볍게, 가벼울수록 무겁게’입니다. 경쟁, 폭력, 전쟁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개’ 연기, 퍼포먼스 요소를 활용해 유쾌하게 풀어나가려 했어요.”

원작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작품이다. 개들이 주인공이다. 뛰어난 후각을 가진 잡종 로트바일러 ‘오딘’(김명섭 분). 엄청난 체력을 지닌 혼합견 ‘존존’(이석구 분). 맹도견 출신으로 철학을 공부한 독일산 셰퍼드 ‘임마누엘’(허솔·이정은 분)이 특수견 세계의 위대한 영웅 래브라도 ‘카시우스’(정대진 분)와 함께 테러에 대항하는 최고의 특수견 ‘K7’이 되고자 시험을 치른다는 내용이다. 2020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공연이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의 눈으로 인간 세상을 본다는 설정이 재미있죠.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아요. 관객들도 ‘뭐야, 사람이 아니라 개야?’ 하며 유쾌하게 보더라고요.”

배우들은 이번 작품을 위해 개의 특성을 자세히 관찰하고 표현하려 노력했다. 대사를 하면서도 개처럼 네 다리로 걷고 킁킁 냄새를 맡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식이다. 결말부로 갈수록 ‘개’와 ‘인간’이 교차하면서 현실의 폭력을 상기시키고 문제를 제기한다. 

중견 남성 배우들만 맡았던 개 역할을 젊은 여성이 맡았다. 허솔·이정은 배우가 연기하는 ‘임마누엘’이다. “투견 캐릭터이니 야성적이고 본능적인 에너지를 표출하되, 인간적이고 이성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하죠. 무술 퍼포먼스를 많이 해본 제게도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매 공연이 새롭고, 많은 공부가 돼요.”

프로젝트 SOL은 ‘공동창작’을 추구한다. 연출가를 따로 두지 않고 모든 배우들이 연기와 창작에 참여하고 있다. “배우는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서 극단을 결성했어요. 가치관과 성향이 맞는 사람들, 서로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든든합니다.”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허솔 배우가 연기하는 ‘임마누엘’. ⓒ극단 프로젝트 SOL 제공
극단 ‘프로젝트 SOL’의 연극 ‘영원한 평화’ 스틸컷. 허솔 배우가 연기하는 ‘임마누엘’. ⓒ극단 프로젝트 SOL 제공
극단 프로젝트 SOL 대표인 허솔 배우. ⓒ허솔 배우 제공
극단 프로젝트 SOL 대표인 허솔 배우. ⓒ허솔 배우 제공

허솔 배우는 올해 데뷔한 지 8년째다. 2014년 싱가포르 국제공연 예술제에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메디아 온 미디어’로 처음 무대에 섰고,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점프’ 등 여러 국내외 공연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건 아니다. 춤이 좋아서 10대 때 재즈댄스를 배우다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음악연극과,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연극전공을 거쳤다.

그는 “최근 연극계에서 ‘젠더프리’ 캐스팅이 늘어나고 있고, 저도 ‘중성적’ 역할을 많이 맡게 됐다”며 “여배우가 ‘여성성’을 강조하는 역할에만 머무를 이유는 없다. 배우라면 다른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어머니 김혜숙 유한킴벌리 고문(전 포용과 다양성 부문 최고책임자)는 그의 든든한 멘토이자 지지자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즐겁게 해봐’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딸이라고 무조건 오냐오냐하시는 게 아니라, 어머니만의 관점을 유지하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들려주세요. 굉장히 꼼꼼한 관객이시죠. 진취적인 자세, ‘아닌 건 아니다’라고 확실히 표현하는 어머니께 많은 걸 배웠어요.”

프로젝트 SOL의 차기작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도시재생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무겁지 않게 다루고 싶어요. 연극인들만 보는 작품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공연은 오는 30일까지다.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 네이버 예약, 플레이티켓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10-6311-5751 또는 010-5367-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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