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청년 여성이 ‘일’을 합니다]
1. 지방 청년 여성 4인 인터뷰
최저임금·계약직·강도 높은 일자리
낮은 성인지감수성 탓에 차별 발언도
“청년수당 등 지원 정책 필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 상황을 일컫는 이른바 ‘지방소멸’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그 중심에 여성 청년이 있다. 20~39세 여성 인구 수는 ‘소멸위험지역’을 가르는 잣대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0~39세 여성의 수보다 배 이상 많아서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49.6%)에 달한다(한국고용정보원). 2015년보다 33곳, 2020년보다는 11곳 늘었다.  

지방에 사는 청년 여성들의 ‘유출·이동’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지방에서 취업해 생활을 꾸려나가는 청년 여성들이 있다. 이들이 이동하지 않고 지방에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신문에서는 지방 청년 여성 4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에서 사는 여성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할 때 겪는 현실을 살펴보고자 했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모두 지방 출신으로 지방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인터뷰 참가자 정보

고요(28) 씨 : 부산에서 초, 중, 고, 대학교 시절까지 보내고 직장을 다니다가 현재는 자영업 중인 여성.
송해리(26) 씨 : 사천에서 19세까지 성장하고 경남 진주에서 대학을 다닌 뒤 현재는 세종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여성.
A 씨 :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B 씨 : 여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

지방에서 취업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 여성들이 있다. 취업준비생에서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지방의 청년 여성들은 다양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 ⓒ여성신문
지방에서 취업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청년 여성들이 있다. 취업준비생에서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지방의 청년 여성들은 지방에서 산다는 이유로 여러 어려움에 놓여 있었다.

“서울 취업 꿈꿨지만 경제적 부담에 부산에 남은”
28세 자영업자 고요 씨 

인터뷰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울로 취업을 꿈꿨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고요(28) 씨는 “서울에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있고, 일자리도 많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서울에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원하는 직종의 특성상 서울로 가야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서울로 가려 했다”고 밝혔다. 통계상으로도 이가 드러난다. ‘최근 8년간 동남권 청년인구 현황 및 이동’ 자료를 살펴보면 25~29세, 30~34세의 수도권으로의 전출 사유는 ‘직업’이 각각 73.6%, 63.0%에 달했다.

그러나 인터뷰 참가자들 대부분 현실의 장벽에 막혀 지방에 남았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주요했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2020년도에 취업을 준비했는데, 그 당시 서울의 집값이나 물가가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고요 씨는 “서울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제일 고민이 컸다. 학력이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에서 지낼 돈이 없었다”며 “부산에서 먼저 취업해서 경험과 실력을 쌓고 서울로 가자는 목표로 부산에서 취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현재는 자영업 중인 고요(28) 씨. ⓒ본인 제공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현재는 자영업 중인 고요(28) 씨. ⓒ본인 제공

최저시급도 안지키는 회사 태반
직장인 A씨

하지만 지방에서의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안받거나 면접하러 갔던 회사의 조건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고요 씨는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다는 회사에서 제안받아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면접을 가보면 기본적인 조건, 특히 최저시급도 지켜주지 않는 회사가 많았다”고 전했다. B씨는 지방에서 다양한 걸 배우고 접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수업을 수강했는데,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컴퓨터 자격증, 제빵, 바리스타 등뿐이었다”며 “다른 지역 수업을 살펴보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 다양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제일 힘들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송해리(26) 씨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지방은 낙후됐다’라는 인식이 싫었고 어려웠다”며 “그런 생각이 점차 내면화되는 것 또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청년이 취업에 실패해서 지방에 머무른다’는 인식도 나를 힘들게 했다”고 밝혔다.

지방의 일자리 여건은 어떨까. 지방에서의 일자리는 많지 않고 질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송해리 씨는 “지방 취업을 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맞는 일자리가 없었다”며 “지방의 일자리에 나를 끼워서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월급도 매우 적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금액을 받고 일했다. 제일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3,000만 원이었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표한 ‘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 연구 보고서에 나타난 2022년 울산 지역 19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 여성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연봉 수준이 ‘2,500~3,000만 원 미만’이 45.1%로 가장 많았다.

청년 여성은 저임금 일자리에, 청년 남성은 고임금 일자리에 위치한 상황을 말하기도 했다. B씨는 “산업 단지나 공단에서 일하는 생산직 남성의 급여는 200만 원 중반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여성이 주로 일하는 사무직의 급여수준은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경남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세종에서 근무 중인 송해리(26) 씨. ⓒ본인 제공
경남 사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현재는 세종에서 근무 중인 송해리(26) 씨. ⓒ본인 제공

“청년 여성 대상 정책이 필요”
직장인 B씨

회사 안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청년 여성들은 다른 이들의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요 씨는 “화장을 안 하고 가는 날이면 ‘어디 아프냐’, ‘여자가 화장하는 건 예의다’는 말을 듣고는 했다”고 말했다. 송해리 씨는 “경남에서 일하는 또 다른 친구의 회사에는 여성의 직급이 ‘사원’으로 단 하나뿐이라고 한다. 여성이 승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는 청년 여성이 지방에 오래 머무르기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의 향상부터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청년 여성들은 차별을 개선하는 법과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의 필요성에도 입을 모았다. A씨는 “차별금지법이 있다면 지방에서 갖고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인식도 개선되고, 행동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요 씨는 “수도권 지역에서 보통 지급되는 청년수당은 지역에서야말로 꼭 필요한 제도”고 밝혔다. B씨도 “지방자치단체는 신혼부부 대상 정책을 많이 세우지만 청년 여성 대상 정책은 세우지 않는다”며 “청년 여성 대상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여성은 왜 울산을 떠나는가?’ 연구 보고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울산 지역에서 청년 여성의 취·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별도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이들이 77.1%에 달했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으로 분석해보고 평가해보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년 일자리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여성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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