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에 고립된지 221시간 만에 생환
”불피워 추위 견뎠다”...안동병원으로 이송 치료중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작업자 2명이 10일 만인 4일 오후 11시 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생환한 고립자들이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갱도에 고립됐던 작업자가 10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스스로 갱도를 걸어나왔다.

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3분쯤 조장 박모(62)씨와 보조작업자 박모(56)씨가 갱도가 무너져 갇힌지 221시간 만에 건강한 상태로 구조됐다.

이들 갱도에 갇히게 된 것은 10일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 6시. 

갱도에 들어갔던 감독관이 작업에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4분 뒤 제1수갱(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 갱도에 뻘(샌드) 900여t(업체측 추산)이 30여 분 동안 쏟아지면서 수직 갱도가 막혔다.

사고 직전 수직갱도에서는 총 7명이 작업 중이었다.

작업자 2명은 지하 30m 지점에서 작업 중 이상 징후를 느껴 탈출했으며 또다른 3명은 갱도에 갇혔지만 업체의 자체 구조로 당일 오후 11시께 빠져나왔다.

박 조장과 보조작업자 박씨는 지하 170m 지점 제1 수직갱도에 갇히면서 외부와 연락이 끊겼다.

당시 박 조장은 뻘이 쏟아지는 지점으로부터 70m 안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매몰자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매몰자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경북소방본부 제공

고립된 동안 이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견딘 바람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였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지하에 갇혀 있어서 갱도를 벗어날 때는 시력 보호를 위해 들것에 실려 눈을 가린채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된 광부 2명은 갱도에 갇힌 후 2~3일 동안 탈출하기 위해 갱도 안을 돌아다녔지만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후 그곳 지형을 잘 알고 있던 작업반장이 근처에 있던 비닐과 마른 나무 등을 모아 사다리를 타고 70도 아래 지점으로 내려갔으며, 여기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나무막대로 막사모양을 만든 뒤 비닐을 둘러 추위를 막았다. 또 비닐 막사 안에서 마른 나무로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작업할 때 가져간 커피믹스를 조금씩 먹으며 허기를 달래다 이후에는 떨어지는 물방울을 마시며 장장 열흘을 버텨냈다.

고립된 광부 2명 중 60대인 작업반장은 겁에 질린 50대 보조작업자를 안심시키며 구조대를 기다렸고 다섯번의 발파소리를 듣자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고립 10일째인 4일 오후 체념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들이 포기하려는 순간, 극적으로 구조대를 만났다. 이날 구조작업에 투입됐던 소방 구조대원과 광산 구조대원 2명이 수색하던 중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이들을 발견했다.

구조 후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두 사람은 혈액검사 등 기초검사 결과 탈수증세나 염증이 없고 생태증후가 안정적이어서 중환자실로 가지 않아도 될 정도의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의 아연광산 지하에서 다른 광부 5명과 함께 갱도 레일작업을 하던 중 제1수직갱도 하부 46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든 토사가 갱도 아래로 쏟아지면서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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