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사 최초 메이저 세계대회 준우승
108개월째 한국 여성 기사 랭킹 1위 

최정 9단이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최정 9단이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기원

최정(26) 9단이 세계 바둑사를 뒤흔들고 있다. 여성 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바둑계 통념과 한계를 부수며 ‘최초’의 벽을 뚫고 있다. 

최정 9단은 8일 한국기원서 벌어진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2국서  한국 랭킹 1위 신진서(22) 9단과의 대결에서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준우승에 머물렀던 신진서 9단의 첫 우승이다. “삼성화재배 우승”이라는 최정 9단의 꿈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대국 종료 후 최정 9단(왼쪽)이 신진서 9단의 자리로 이동해 간단한 복기를 나누는 모습. ⓒ한국기원
대국 종료 후 최정 9단(왼쪽)이 신진서 9단의 자리로 이동해 간단한 복기를 나누는 모습. ⓒ한국기원

여성 기사가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최정 9단이 세계 최초다. 지금까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여성 기사가 거둔 최고의 성적은 30년 전 1992년 루이나이웨이 9단이 응씨배에서 4강 진출이었다. 

최정 9단은 2016년 21회 LG배와 2019년 24회 LG배에서 각각 판윈뤄, 스웨를 제치고 두 차례 세계 16강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에는 32강에서 일본의 사다 아츠시 7단을 꺾은 뒤 16강에서는 일본 최고타이틀(기성) 보유자 이치리키 료 9단을 물리치며 올라왔다. 8강에서 중국 기사 양딩신 9단을 이기고 한국랭킹 2위의 변상일 9단마저 물리치며 새 역사를 썼다.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에 진출한 최정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에 진출한 최정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20대에 통합기전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

남녀가 함께 겨루는 통합기전 우승, 특히 삼성화재배 우승은 최정 9단이 바둑에 입문할 때부터 꾸던 꿈이다. 1996년생인 최정 9단은 바둑을 즐기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7세에 처음 바둑돌을 집었다. 곧바로 두각을 드러낸 그는 2005년 유창혁 9단의 제자가 됐고 2010년 5월 만 13세7개월 나이에 프로 입단했다. 

2018년 1월 여자국수전 우승으로 박지은 9단, 조혜연 9단에 이어 국내 여자프로기사 중 세 번째로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올랐다. 한국 여성 기사 최연소(21세 3개월)·최단기간(입단 후 7년 8개월) 9단 승단 기록도 썼다.

최초의 역사를 쓰고 있는 최정 9단은 2013년 12월 국내 여자바둑 랭킹 1위에 오른 뒤 10월 기준 108개월째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결승전에서 신진서 9단에 고배를 마셨지만 파죽지세로 정상급 남성 기사를 꺾은 그는 여성 기사가 남성 기사에게 실력에서 밀린다는 통념과 고정관념을 부쉈다.

최정 9단은 준우승 뒤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계를 깬 것 같다. 더 정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정 9단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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