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4일 어린이날 100회를 맞아 인권위원장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홍수형 기자
인권위가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에이즈예방법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에이즈예방법’이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2022년 10월 24일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이하 ‘에이즈예방법’)제19조 등 위헌법률심판사건(2019헌가30)과 관련해, 「에이즈예방법」 제19조 및 제25조 제2호는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이하 ‘HIV’)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에이즈예방법」 제19조는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5조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염 위험이 없거나 상대방이 감염에 이르지 않은 경우까지도 처벌해, 이 규정을 폐지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HIV를 특정하여 처벌하는 법은 HIV 예방, 치료, 관리 및 지원 노력에 역효과를 일으키거나 HIV 및 기타 취약 집단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의도적인 전염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전염, HIV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HIV 노출 및 감염 사실을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까지 범죄화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즈는 1990년대 중반 항레트로바이러스 요법이 도입되면서 현재는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인권위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문의 추상성과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또한 더 근본적이고 덜 침해적인 수단을 상정할 수 있음에도 사적인 행위를 징역형으로 처벌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HIV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관련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에이즈예방법」 제19조·제25조 제2호에 대해 심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헌법재판소가 「에이즈예방법」 제19조·제25조 제2호에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소수자의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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