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석희 항우연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
2022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부문 수상
나로호·누리호 등 개발 참여한 로켓 전문가
미래 우주인력 양성·국민 참여 유도 힘써

“민관 협력해 우주 시장 뛰어들어야
‘비우주 분야’ 전문가들도 필요해
우주 탐사에 대한 심리적 장벽 낮추고파”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 ⓒ본인 제공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 ⓒ본인 제공

지난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도 ‘우주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실용급 위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한국 포함 전 세계에 7곳뿐이다.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다. 우리나라 최초 액체추진 로켓인 과학로켓 3호(KSR-Ⅲ)부터 나로호, 누리호 개발까지 참여한 전문가다. 우주 생태계에 대해 청소년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미래의 우주 인력을 키우는 데도 힘써 왔다. 이 공로로 2022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부문을 수상했다.

이젠 “민간이 우주로 진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종합우주기업이 한국에서도 탄생할 것이고, 공공과 민간이 든든한 협력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론 반도체·자동차 산업처럼 ‘우주산업’ 용어가 보편화될 겁니다. 항우연이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노하우를 민간과 나누고, 민관이 협력해서 세계 우주 시장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항우연도 민간의 로켓 발사 등 우주개발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인류가 달에 가려면 더 많은 걸 준비해야 합니다. 다양한 ‘비우주 분야’ 전문가들도 동참해야 해요. 저는 우주 탐사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싶어요.”

그런 마음으로 요즘도 강단에 선다. 어느덧 20년째다. 1020 후배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알기 쉽게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강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여럿 볼 수 있다. “대학생 때 교원자격증을 딴 걸 이렇게 활용할 줄이야. 하하. 강의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사람에게라도 제 이야기가 가닿는다면 좋겠어요.” 그 꿈은 이루어지는 중이다. ‘그때 강연 잘 들었다’며 찾아와 인사하는 후배들이 늘기 시작했다.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 ⓒ본인 제공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 ⓒ본인 제공

임 책임연구원은 인하대 화학공학 학사, 러시아 바우만모스크바국립공과대 액체로켓엔진 석사,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 박사를 수료했다. 199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추진연구그룹 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추진기관체계팀(나로호 추진기관 설계 및 대러기술협력), 발사체 추진기관체계팀(누리호 추진기관 종합시험프로그램 개발)을 거쳐 2020년부터 소형발사체연구단 책임연구원으로서 소형발사체와 발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2004년 항우연 우수연구원에 선정됐고, 2013년 나로호 개발 및 발사 성공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로켓 분야나 항공우주 분야에서 여성은 소수다. 꿈을 좇아 달리다 보니 문득 주위에 여성들이 보이지 않았다. 발사체 분야 여성 연구자는 5%도 되지 않는다.

“처음엔 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어요. 여성은 평균 이상이어야 평균으로 평가받았고, 제가 못하면 다른 여성들에겐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연구소에 여성 후배들이 늘어난 후에도 ‘전체의 50% 이내엔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던 여성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항우연 설립 30년을 맞던 2019년 1월 ‘여성협의회’가 출범했다. 여성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네트워킹, 리더십 교육, 멘토링을 돕는 모임이다. “해체할 때까지 활동하는 게 목표예요.” 임 책임연구원은 “요즘 여성 후배들은 저희 때와는 달리 똑부러졌다. 일도 잘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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