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국회 통과
전주혜 의원 “사문화된 감호위탁 처분
현실화 법적 근거 마련”
“교육·상담 전에 제대로 된 처벌부터” 지적도

2018년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신문
2018년 10월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성신문

가정폭력 범죄자를 교화해 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감호위탁 처분’을 현실화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국회 법제사법‧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가정폭력처벌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정폭력처벌법 제40조에 따라, 판사는 필요한 경우 가정폭력 가해자를 감호시설로 보내 피해자와 분리하고 교정 교육을 받도록 명령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효력이 없었다. 1997년 법 제정 이래로 별도의 감호위탁시설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가정폭력으로 인해 감호위탁처분을 받은 경우는 단 1건뿐이다(2015~2022년 사법연감).

대신 가해자들은 가정폭력상담소로 보내져 상담, 교육,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치거나, 범죄자와 대면해야 하는 상담소 종사자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가해자가 교정프로그램을 처벌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교정 효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교정은 민간기관이 아닌 교정시설 등 별도의 사법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였다. 가정폭력처벌법의 주관부처는 법무부인데, 같은 법에서 정한 감호위탁 시설은 여성가족부가 주관부처인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정하는 보호시설’로 규정돼 있었다. 개정 법안을 보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한 감호위탁시설 또는 법무부 장관이 정하는 보호시설에의 감호위탁’으로 바뀌었다.

전주혜 의원은 “사문화됐던 감호위탁 처분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가정폭력 사건에서도 초기 분리 조치가 중요한데,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머무를 수 있는 우려를 없애면서 가해자 격리를 통한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 법원 결정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가정폭력 기소율 고작 10%...교육·상담 전에 제대로 처벌부터” 지적도

물론 애초에 가정폭력을 엄벌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가정폭력 기소율은 고작 10.1%다(검찰청, 2020). 2021년 1년간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된 21만8680건 중 약 21%(4만6041명)만 검거됐고, 이중 54%(2만4867명)는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됐다(경찰청, ‘최근 5년간 가정폭력 사법처리 현황’).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9월 8일 낸 성명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기대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가정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제대로 된 처벌 없이 교육·상담을 조건으로 가해자를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사이, 피해자는 더 큰 폭력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취지에서 20대 국회 들어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