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성의원들 사과 촉구
문 의원 “오해 나와 사과했다”

28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협의회(대표 서현옥의원)는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문병근 의원 사과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28일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협의회(대표 서현옥의원)는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문병근 의원 사과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회 문병근(국민의힘‧수원11) 의원이 도의회에서 성폭력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전가하는 ‘피해자 유발론’을 내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여성의원 협의회에 따르면 앞서 지난 22일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관 여성가족국 예산심의 과정에서 문 의원은 “여름철에 성폭행 빈도가 증가한다”며 “(성폭행은) 스토킹하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은 복장에서도 많은 요인이 발생한다고 본인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사후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폭행 예방을 위해선 여성의 단정한 옷차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의원들이 성폭행 발생 원인이 여성의 옷차림 때문이라고 말한 문병근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발생이 여성의 옷차림 때문이라는 발언으로 피해 여성에게 성폭행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한 문 의원을 규탄한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문 의원은 지난 22일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관 경기도 여성가족국 예산심의 과정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망언으로 여성들을 경악케 했다”며 “문 의원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면서도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했다.

옷차림과 행실을 이유로 성폭력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 특히 여성 탓으로 돌리는 ‘피해자 유발론’은 피해자가 겪는 대표적인 2차 피해다. 2차 피해란,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사건을 공론화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피해를 가리킨다. 경찰이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거나, 법정에서 판사가 가해자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걱정하고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일, 피해자를 소위 ‘꽃뱀‘ 취급하는 기사도 2차 피해에 해당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성범죄와 피해자의 옷차림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확인됐다. 2016년 법무부가 의뢰해 형사정책연구원이 수행한 ‘성범죄 원인 및 발생 환경 분석을 통한 성범죄자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성범죄는 여성들의 외모나 옷차림과 관련이 없다. 전자 계획적인 범죄가 68%로 성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범행 장소도 피해자 주거지가 36.3%로 가장 높았다. 성폭행의 경우 범죄자가 사전에 피해자를 물색한 후 치밀한 계획을 짜고 범행에 옮긴 것이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피해자의 옷차림이 성폭행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다. 성폭행의 유일한 책임자는 오직 가해자일 뿐”이라며 “여성의 옷차림에 대해 교육할 것이 아니라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가해자를 철저하게 엄벌로 다스리고, 성폭행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만이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를 막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연한 사실관계가 있는데도 문 의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성폭행 발생의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면서 옷차림에 대한 교육 강화를 주장한 것”이라며 “문 의원의 발언은 사실관계의 왜곡뿐 아니라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2차 가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발언의 당사자가 여성들의 인권과 성평등을 위해 모범을 보이고 제도를 마련해야 할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속 위원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문 의원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해당 상임위원회 카톡방에 사과를 했다고 한다.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문 의원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대상은 문제의 발언으로 2차 가해를 당한 성폭행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문 의원의 발언에 분노한다. 당장 자신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무릎 꿇고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해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 의원은 설명 과정에서 나온 오해라고 해명했다. 문 의원은 “해당 발언은 성폭행 예방과 관련해 예방교육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을 강조하려는 과정에서 오해가 나왔다”며 “발언하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아 급하게 마무리하게 됐는데, 의도하지 않은 데서 논란이 불거져 상임위 의원들과 직원들에 사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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