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잡는 특효약” “가격상승 부채질”

업계·정부“공급 위축돼 되레 투기 초래”“품질 떨어지고 시장질서 위배”

시민단체“건설업체 담합·폭리 막아야”“서민 주택 공급 안정화 기여”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가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가운데, 7월 이후 정부가 주택공급제도 개선을 위해 어떤 카드를 내보일것인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시민단체의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중 공공택지에 대한 채권 입찰제와 원가연동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업계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낮고, 이와는 상관없이 주택시장이 하반기 중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를 내비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구매 최적기가 시기상 4.4분기쯤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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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아파트 가격의 적정성을 의심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고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작년까지 물가상승률이 15%인 데 반해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이 무려 200%에 달했다는 점은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여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일부러 담합을 통해 분양원가를 높게 잡았으며 그 과정에는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횡령 등 검은 뒷거래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주민들의 분노를 뒷받침했다.

반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정부는 원가공개로 인한 부작용과 공개에 따르는 현실적인 어려움, 시장질서와 관련된 이론적 한계 등을 근거로 들었다.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쪽에선 아파트 분양원가를 밖으로 드러낸다 해서 반드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내세웠다.

분양원가가 낱낱이 드러나면 건설업체들도 더 이상 폭리를 취하기 힘들겠지만, 이는 오히려 건설사와 관련 수주업체들의 이윤을 과도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이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

분양원가 공개는 시세차익을 완전히 없애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건설사가 더 이상 예전처럼 짭짤한 시세차익을 낼 수 없을 뿐이지 낮아진 가격에 분양을 받아 비싸게 팔려는 개인들의 투기수요가 줄을 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시세차익을 내는 주체가 단지 건설사에서 투기수요로 넘어간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베트남이나 미국 일부 지역이 경험한 것처럼 주택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현실적으로는 원가선정 방식과 기준을 설정하기도 매우 어려운 데다, 분양가 공개의 적정성 심의 역시 쉬운 일이 아니란 분석도 있다.

더구나 원가 공개란 행위는 시장질서에 어긋난다는 이론적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분양가 공개에 필적할 만한 대안 자체가 매우 애매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사법부는 분양가 공개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민들이 집을 구매할 때 제 값에 매매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이제까지 건설사들의 폭리가 큰 걸림돌이 돼왔음을 인정한 셈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7월 중으로 공청회와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그 동안 오락가락한 분양원가 공개 여부 당론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정이 실제 공언한 것처럼 서민들의 주택공급 안정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지 새삼 주목되는 시점이다.

◎원가연동제란

택지 감정가 공급…분양가 20% 인하 가능

건축비 연계한 간접공개 효과…25.7평 이상은 제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당정 관계자들은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 등을 현실적인 대안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원가연동제의 핵심은 택지 가격이 싼 아파트는 그만큼 분양가도 내려 받는다는 점이다.

서민용으로 볼 수 있는 25.7평짜리 이하 주택용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택지를 감정가로 공급하되 분양가를 건축비와 연계한다. 원가연동제는 분양원가 간접공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원가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즉시 분양가가 20% 이상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5.7평 초과 주택용지를 대상으로 하는 채권입찰제는 발행 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응찰업체에 택지를 분양, 개발이익을 환수한다. 원가연동제와 관련, 이해찬 총리는 총리인준 청문회에서 “공공부문은 택지공급이 늘어 원가분석이 쉽다”며 “원가와 연동시켜도 되지 않느냐”고 관심을 보였다. 반면 그는 “건축물 자체는 원가기능을 존중하는 게 좋다”고 밝혀 공공주택 분양가 공개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는 매우 다른 성격의 정책이라 서로 비교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두 제도가 매우 다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기술적 논란이 있지만 분양원가 공개는 서민에게 싼값에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주택투기를 막는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주민들도 원가연동제와 같은 애매한 대안보다는 아파트 분양가를 모두 공개해 주택가격 인하와 분양가 책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다시 원가연동제를 실시해도 과거에 이미 실시해본 정책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분양가 공개를 대체할 만한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박윤주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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