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안 마련
‘자유주의’ 남기고 ‘성소수자’ 삭제
보건교과에서 ‘생식’도 지워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11월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평등’과 ‘성소수자’ 용어를 지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국가 교육정책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6일 상정됐다. "인권담론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표현의 재수정 없이 최종 심의안이 국교위에 상정되면서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교위 제4차 회의에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심의안)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2022 교육과정 개정 행정예고 기간동안 개인 1515건과 단체 59건 등 국민 의견 1574건을 받았다. 교육과정심의회 등 기구를 열고 이번 행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 중 일부를 반영해 국교위에 상정하는 심의안을 마련했다고 교육부는 밝혔으나 크게 바뀌진 않았다.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의견 중 성평등 등 성 관련 용어에 대한 의견은 1363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혼용 결정 등 역사 교과에 대한 의견은 79건이었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에서 전근대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해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6개에서 9개로 늘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 의견이 많았던 실과·보건 교육과정의 성 관련 용어와 역사 교과의 자유민주주의·민주주의 혼용은 반영되지 않고 사실상 행정예고안 그대로 유지됐다.

먼저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은 유지됐다. 중학교 역사 과목 성취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도 바뀌지 않았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성취기준 해설에 '성소수자' 라는 용어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라고 고치고, 도덕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꾼 행정예고안도 그대로 유지됐다.

게다가 교육부는 보건 교과에서 ‘성·생식 건강과 권리’이라는 용어에서 ‘생식’을 삭제하고 ‘성 건강 및 권리’라는 표현으로 수정해 개정 심의안에 담았다.

앞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정부 당국이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용어의 채택에 있어 연구진, 학계, 교원 등과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수십 년간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소극적 차별 금지’를 넘어 적극적 ‘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성소수자 용어 사용 금지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식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교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회의를 열고 국교위안에 대한 심의한다. 국교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국교위안을 심의하고 향후 심의·의결 일정을 논의하게 된다. 교육과정 최종안은 교육부 장관이 12월 31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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