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 감독 “‘좋은 여성’보다 입체성·다양성 지닌 여성 영화 늘어야”
민규동 감독 “‘좋은 여성’보다 입체성·다양성 지닌 여성 영화 늘어야”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12.09 09:27
  • 수정 2022-12-09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일 여성과총 주최 여성리더스포럼서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연대’ 주제 강연
“여성들, 문화 소비 주도자로서
한국 영화 지형 만들고 있어…
피드백 계속 주시면 ‘불편한 영화’도 변화할 것”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제66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민규동 감독이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제66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민규동 감독이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영화에서 ‘좋은 여성’을 많이 그려야 한다기보다, 남성들이 수많은 영화에서 가질 수 있었던 입체성과 다양성을 여성에게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자 민규동 감독이 한국영화계의 성평등을 위한 창작자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제66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연대: 벡델테스트를 배우며’다. 민규동 감독이 문수복 KAIST 전산학부 교수와 대담 형식으로 강의했고, 김희 포스코 상무가 사회를 맡았다.

민규동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를 맡아 영화계의 성평등을 도모하는 ‘벡델데이’ 행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 한국 영화 10편을 선정하고, 선정작에 참여한 감독·작가·제작자·배우 중 성평등 관점에서 가장 눈부시게 활약한 영화인을 ‘벡델리안’으로 꼽아 시상하고 있다. 영화감독조합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문화계 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던 시기에 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벡델 테스트를 떠올렸어요. 성평등을 게임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민 감독은 “감독조합 대표로 처음 왔을 때 여성 감독 비율은 약 9%였는데, 지금은 540명 중 약 20%까지 올랐다”면서도 여성 감독들이 여전히 단단한 벽을 마주하고 있다고 봤다. “한 여성 감독이 흥행에 실패하면 ‘여성 감독은 안 된다’는 평가가 나와요. 소수자들은 쉽게 일반화돼요. 남성들은 감독의 젠더로 인해 일반화되지 않지만 여성들에겐 그게 쉽죠.”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제66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민규동 감독이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4층 메이플홀에서 제66회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민규동 감독이 강의를 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민 감독은 “여성이 문화 소비의 주도자”라며 “영화는 창작자가 아니라 관객이 만드는 것”이고 “여성들이 한국 영화의 지형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불편한 영화’에 피드백을 주시면 영화는 탄력 있게 변화해갈 것”이라고도 했다.

관부재판을 여성의 관점에서 다뤄 호평받은 영화 ‘허스토리’(2018)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김희애 배우에게 페미니즘 도서를 권했던 이야기, 카리스마 있는 중년 여성 캐릭터의 등장에 열광했던 관객 이야기 등이다. 여성이 주인공이고 아픈 기억을 다루는 영화다 보니 투자 유치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남성 관객 입장에서는 남성을 적으로 몰아세우고 배제하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 하면서 제목을 바꾸는 순간 저항에 부딪힌 거죠.”

영화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받아야 할 저작권료가 쌓였는데, 우리나라에 관련 법이 없어서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 감독은 유럽·남미 감독·작가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방영 또는 상영될 때마다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저작권료를 받지만, 한국은 특약이 없다면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지만, 연내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밝혔다.

‘과학기술 여성리더스포럼’은 여성과학기술인의 리더십을 고취시키고 혁신역량을 제고하고자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를 초청하여 시의성 있는 이슈를 논의하는 여성과학기술계 대표 포럼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여성과총(www.kofwst.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