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79명 유가족 170여명 참여
'세월호 길 가지말라' 권성동 페북글에
"세월호 간 길이 어떤 길이냐" 분노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가 10일 공식 출범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족 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창립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희생자 명예 회복과 철저한 진실·책임자 규명을 촉구했다.

한 유족은 "경찰 무전 내용을 다룬 기사를 봤는데, 길이 너무 좁아서 미어터져 차도로 (인파가) 나오니 자기들끼리 '차도 확보해, 사람 위로 올려'라고 하더라. 그건 분명히 학살이다"라고 했다.

그는 "떨어져 지내는 아이에게 '코로나 조심해'라고 했더니 아이가 '엄마, 나 그렇게 허망하게 안 죽어. 난 할 게 너무 많아. 재밌는 게 너무 많아. 엄마 걱정하지 마'라고 하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발언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발언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유가족협의회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분노를 표하며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이정민 씨는 "세월호가 간 길이 대체 어떤 길이냐. 어떤 길인데 안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세월호 때 정부와 여당 책임자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이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다'고 표현한 데 대해 한 유가족은 "심장 같은 아들을 떠나보내고 수액으로만 살고 있는데 여기에 무슨 정쟁이 있냐"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참사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으로 구성됐다. 대표는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가 맡았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 ▲ 2차 가해에 적극 대처할 것 ▲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행동할 것 등을 결의했다.

또 정부에는 국정조사, 성역 없는 수사,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과 함께 유가족 소통공간과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창립선언문을 낭독한 뒤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유가족은 기자회견 도중 오열했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실신해 119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참사 생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 유가족은 "지금은 유가족이 모였지만 생존자분들도 매우 힘들 거로 생각한다"며 "생존자 여러분이 그날 상황에 대해 제발 증언해달라. 용기 내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달 16일 오후 6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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