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미순 전 에어서울 부기장
“해고 사유는 제가 눈에 띄는 여자 부기장이고, 공익신고자라서”

전미순 에어서울 첫 여성부기장 ⓒ홍수형 기자
전미순 에어서울 첫 여성부기장 ⓒ홍수형 기자

“제 일로 인해 조종사를 꿈꾸는 여성들이 유리천장이 더 두꺼워졌다고 할까 봐 걱정됩니다. 저는 조종업계에 좋은 선례가 되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잠시 좌절됐지만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 내 최초의 여성 부기장이었던 전미순 전 에어서울 부기장은 올해 8월 5일 에어서울에서 해고됐다. 명목상의 해고 사유는 ‘반복적인 기량 미달 및 심사 불합격’이다. 2019년 7월 정식 부기장이 된 전 전 부기장에게 1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6일 인천광역시 청라국제도시역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2020년 7월 전 전 부기장은 기장의 지시에 따라 착륙하는 과정에서 경착륙(하드랜딩·Hard Landing)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착륙은 비행기 동체에 충격이 가해지는 착륙이다. 이 일로 전 전 부기장은 그해 10월 비행 자격심사를 받는다. 전 전 부기장은 “기장의 귀책 사유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선 부기장인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반박했다. 또 비행 자격심사에선 왕복 비행 과정을 심사하는 것이 원칙이나 편도만 비행했다고 전 전 부기장은 밝혔다. 전 전 부기장에 따르면 당시 심사관이 부기장석에 앉고 전 전 부기장은 뒷좌석에 앉힌 채 돌아왔다. 항공일지엔 “편도가 아닌 왕복 심사를 했다고 썼다”고 전 전 부기장은 말했다. 항공일지 허위 작성은 항공안전법상 항공종사자 자격 내지 인가 취소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위법 행위다.

전 전 부기장에게 위법, 부당한 심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전 부기장에 따르면 기장들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항공안전법 위배에 대해 공익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전 전 부기장은 2019년 2월 모 기장이 영리활동을 하며 자신에게 무보수로 일을 시킨 것을 사측에 알렸다. 또 그해 7월 비행 중 또 다른 모 기장이 조종실에서 잠을 자는 기장을 깨웠다는 이유로 자신을 조종실에서 쫓아낸 행위 역시 사측에 보고했다. 전 전 부기장은 “최하 징역 1년의 항공안전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승객들의 항공 안전을 심각하게 위배하는 행위이므로 에어서울이 이를 공론화해 해당 기장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꼭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낙인’이었다고 전 전 부기장은 말했다. 눈에 띄는 여성 부기장의 튀는 행동으로 여겨질 뿐이었고, 기장들은 언제라도 전 전 부기장이 실수해 피심사자가 되기만 하면 ‘합법적 징계’를 부여할 준비를 했다는 것이 전 부기장의 주장이다.

전미순 전 에어서울 부기장. ⓒ에어서울<br>
전미순 전 에어서울 부기장. ⓒ에어서울

2020년 10월 심사 결과는 해고 바로 전 단계의 징계인 ‘강격’이었다. 전 전 부기장이 심사과정의 불공정성과 징계 수위를 문제 제기하고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넣었다. 이후 2021년 1월에 다시 열린 수사심사비행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불합격을 시켰고, 자격심의위원회에선 ‘해고’를 의결했다고 전 전 부기장은 말했다.

인사위원회는 회사 규정상 자격심의위원회 이후 가능한 한 빨리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돼야 함에도 1년 뒤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비행 자격이 모두 정지돼 정상적인 비행 훈련받지 못한 채 형식적인 재자격 훈련을 받은 전 전 부기장은 불합격했고 올해 7월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해고를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

전 전 부기장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고의 직접 사유는 여성 부기장에 대한 차별·갑질·따돌림·괴롭힘”과 “공익 신고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종사 집단에서 제가 부기장이라는 약자이기 때문에 직장 내 차별과 갑질을 당해왔고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따돌림과 집단적 괴롭힘을 지속해서 당했다”며 “사실상 항공사들은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심사 불합격을 이용해왔다. 이번엔 제가 부당해고를 당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반면 에어서울은 전 전 부기장이 세 차례 심사에서 모두 기량 부족으로 탈락했다고 고객 안전을 위해 인사조치했다고 밝혔다.

전 전 부기장의 목표는 복직과 진상규명이다. 그는 “출신·인맥도 없는 나이 서른일곱의 여자인 저를 뽑아준 에어서울이니까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근거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불이익 조치 시정(해고 취소 및 복직 조치)’을 신청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대상법률에 항공안전법 등이 포함되므로 권익위는 즉시 사건을 접수해 에어서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제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제가 복직을 한다면 제가 회사에 제대로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합니다.”

전미순 에어서울 첫 여성부기장 ⓒ홍수형 기자
전미순 에어서울 첫 여성부기장 ⓒ홍수형 기자

다음은 전 전 부기장과 나눈 일문일답.

-일단 해고된 상황입니다.

“에어서울에서 훈련생이 아닌 정규직 조종사가 해고된 사례는 제가 처음입니다. 굉장히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서 부기장이 됐는데 기량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저는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받지 못했지만 심사에 통과했습니다. 비행 훈련할 때 담당 교관님들께서 제겐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륙과 착륙을 연습해야 하는데 물론 시뮬레이터에서 연습하지만 실제 환경은 다르지 않습니까. 다양한 환경에서 훈련해야 하는데 저만 방치된 상태였습니다.”

-사측에선 차별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회사에선 제가 여자고, 나이가 많고, 드세게 생겼고,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직원들을 선동할 것 같아 부담스러워 제가 합격점수를 받았음에도 단번에 저를 합격시키지 않았습니다. 최종 면접을 본 다음 날 저에게만 합/불 문자메시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를 따로 회사로 불렀고 사실상 저에 대해서만 별도의 2차 면접을 실시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왜 그동안 타 항공사에서 여성 조종사를 뽑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여성 조종사를 뽑아놨더니 강성 노조 활동을 해서 그 항공사를 곤란하게 했다면서 저에게 사측이 되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5년간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아이들에겐 멘토가 중요하다. 제 멘토가 돼 주시면 열심히 따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저에게 합격을 통보했습니다.”

-입사하고 나선 어땠나요.

“수시로 ‘남자처럼 행동하라’라는 말을 들었고 짧게 머리카락을 자르도록 강요받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항상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녔는데 남성처럼 보이도록 숏커트로 자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억울했지만 머리카락이 간신히 묶일 수 있을 정도로 잘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또 화장하지 말라고 강요받아 시력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쓰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사측에서 해명한 대로 화장과 두발에 대한 사내 규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사가 복장 지시를 하면 부하 직원에겐 없던 사내 규정도 생깁니다. 저는 그 지시에 모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차별에 기인한 부당해고라고 생각하시나요.

“비단 성차별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건 부기장이 조종실 내 약자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다만 저는 여성이라 페널티가 더 붙는 것입니다. 결국 항공사의 심사제도 악용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조종사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 심사를 받습니다. 중간에 보는 수시 심사도 있는데 이때 회사 소속의 국토부 위촉심사관이 심사합니다. 심사관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회사의 의도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합/불 사유가 점수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안전의 중요도를 떠나서 사소한 단 하나의 실수만 있더라도 불합격될 수 있습니다. 마치 운전면허시험을 보는데 합격 기준이 80점이 아니라 100점이어서 단 1점만 감점돼도 불합격 처분을 받는 것이죠. 눈에 난 사람을 한마디로 해치우기, 워시-아웃(wash-out) 하기 좋은 제도죠. 조종업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심사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모 항공사에선 2~3년에 한 번씩 비행기가 추락해 그 원인을 알아내고자 해외 항공사에 카운슬링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모 항공사는 조종실 안에서의 안전하지 않은 위계 문화가 원인이었음을 밝혔습니다. 이때 모 항공사는 심사관을 한국인 기장에서 외국인 기장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혈연·학연·지연 등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죠. 운항이 형편없으면 베테랑인 기장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선례가 심사제도에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심사가 공정해져야 합니다. 심사의 합/불이 정량화(점수화)돼야 합니다. 그리고 불합격이 되면 징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량 회복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모든 조종사들은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 기장/부기장으로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기본적인 비행 기량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갑자기 비행 안전에 위협이 될 만큼 기량이 떨어졌다는 것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국토부 위촉심사관 제도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 소속의 위촉심사관은 언제든지 회사 입장에 따라 심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직접 심사하는 제도, 적어도 해당 회사 소속의 심사관이 아닌 제3의 심사관에 의한 심사 제도가 필요합니다. 국토부 위촉심사관에 대한 국토부의 면밀한 관리·감독이 있어야 합니다.”

-다시 조종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요?

“이런 폐쇄적인 문화를 알았다면 저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 나름대로 에어서울의 안전한 항공 문화를 위해 계속 얘기를 해왔는데 회사는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저를 해고했습니다. 에어서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제 얘기가 언론에 나간 뒤 같은 피해를 본 다른 항공사 조종사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의 악질적인 조종사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전미순은 또 나올 것입니다.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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