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현대약품의 허가 신청 자진 취하로 심사 종료”

안전성이 검증된 임신중단 의약품 '미프진' ⓒfemiwiki
안전성이 검증된 임신중단 의약품 '미프진'. ⓒfemiwiki

먹는 임신중단약으로 알려진 ‘미프진(약품명 미프지미소정)’의 국내 도입이 업체의 허가 신청 자진 취하로 무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수입·판매를 추진한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고 16일 밝혔다.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 주성분인 유산유도제의 제품명이다. 2015년 7월 캐나다에서 허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라인파마의 미프지미소에 대한 국내 판권을 독점 계약하면서 식약처에 2021년 7월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지난해 3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중지의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을 요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현대약품 “식약처 요구 자료 제출하기 어려워 신청 철회”

식약처는 신약 심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 품질 등에 대한 일부 자료 보완을 두 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자료를 보완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완 자료 제출기한을 2회 연장했는데, 최종적으로 기한 내 심사에 필요한 일부 자료를 구비하지 못해 품목허가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식약처는 미흡한 자료 등 구체적인 보완 사유는 업체의 개별 품목과 관련된 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향후 업체가 해당 의약품에 대한 품목 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경우 보완사항을 중심으로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 ⓒ뉴시스

시민단체 “미프진 도입 지연과 신청철회, 식약처 책임”

국내 첫 임신중절 의약품 도입 시도로 기대를 모았던 만큼 이번 미프지미소 허가 무산에 현대약품과 식약처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모임넷은 “이번 미프지미소 사태에서 식약처의 태업과 방관은 유산유도제 도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남긴다”며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자진철회를 핑계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현재 유산유도제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전한 접근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에도 국가의 방임으로 낙태약의 공식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 약을 해외 직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식약처는 지난해 1월 신속한 임신중절약 도입을 약속했고 이후 현대약품이 2021년 3월부터 유산유도제 도입 의사를 밝혔지만, 신속한 심사 진행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용된 지 30년된 의약품에 가교 자료 필요성을 검토하고 안전성·유효성 자료 보완을 요구하는 등 허가 절차를 지연시켜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사태까지 이르게 한 보건당국과 이를 방관하는 정권에 강한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은 특정 회사나 규제당국에 맡겨있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과 접근성 확대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약품은 다양한 여성전용 제품을 내놓으며, 여성들의 건강 문제에 신경 쓰고 있고 여성친화 제약회사라는 이미지를 쌓았다”며 “현대약품은 식약처가 요구했던 보완자료가 무엇인지, 왜 자료가 제출되지 못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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