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회의원 보좌진 현황 분석]
12월 국회 여성 보좌진 비율 35%
고위직 갈수록 16%로 떨어져

ⓒ이은정 디자이너
ⓒ이은정 디자이너

국회 내 성차별의 벽은 견고하다. 수십 년째 국회 보좌진 성비 불균형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와 국회 경험이 있는 여성 보좌진들은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의 영향이라고 지적하며 국회 내 성차별을 근절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고위직에 여성 보좌직원 채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최대 9명이 한 팀이 돼 일한다. 보좌관(4급 상당)·선임비서관(5급 상당) 각 2명, 비서관(6·7·8·9급 상당) 각 1명 등 보좌직원 8명에 인턴 1명을 둘 수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급수가 높을수록 정무·정책 등 의사결정을 맡고 낮을수록 업무 보조를 하는 구조다.

20일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올해 12월 299명의 국회의원 보좌진 현황을 보면 2564명 중 여성은 885명으로 35%에 불과했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중은 줄어들었다. 4급 상당 여성 보좌관은 626명 중 16%(98명)로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5급 상당 여성 선임비서관은 24%(142명)였다. 6급 상당 여성 비서관은 36%(104명), 7급 상당 여성 비서관은 44%(135명)였다. 8급 상당 비서관부터 성비가 뒤집어졌다. 여성 비서관은 54%(166명), 9급 상당 여성 비서관은 61%(222명)였다.

“이왕이면 남성…국회 보좌진 채용성차별”
보좌진들이 말하는 성비 불균형 문제의 원인은 성차별·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조직 문화 등이었다. 제방훈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은 보좌진이 자유롭게 휴·복직할 수 있는 문화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제 회장은 “보좌진들이 정규직이지만 ‘4년짜리 비정규직’이라고 한다”며 “의원이 재·삼선을 한다는 보장도 없어서 4년 안에 선거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휴직하면 의원 입장에선 절반의 시간이 지나간다”고 밝혔다.

7년째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5급 비서관 A씨는 국회 내 채용성차별을 지적했다. A씨는 “같은 경력이면 편하게 부릴 수 있는 남성을 뽑는다”며 “비자발적으로 성별 때문에 국회에 다시 입성하지 못해 경력단절이 생긴다. 채용성차별과 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여성 의원이 많으면 여성 보좌진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며 “초반엔 여성 보좌진을 채용해도 선거 때가 되면 지역에서 술도 마시고 네트워크할 수 있는 남성 보좌진으로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성중심적 조직문화와 정치문화의 영향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성별 가려내기가 일상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행한 학술지 ‘여성연구’에 평균 10년 이상 경력의 4·5급 여성 보좌진 11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담은 ‘국회 여성 보좌진의 조직경험과 반응전략에 관한 질적 연구’(김상숙·성민정)에선 10년 이상 경력을 유지해 온 여성 보좌진들은 성별에 따른 차별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승진에선 공고한 유리천장에 가로막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 보좌진이 지속해 충분히 진입함으로써 승급 대상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승진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이 형성되지 못하고 단절돼 있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약 15년간 6명의 여성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좌했던 황훈영 (사)한국여성정치연구소 부소장은 고위직 여성 보좌직원이 늘어야 성차별은 물론 국회 내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서지현 전 검사의 미투(#MeToo)를 시작으로 그해 3월 5일 국회 내에서도 미투가 촉발했다. 당시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한 5급 비서관 B씨는 국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과거 3년간 같은 의원실에 근무했던 상사인 보좌관 C씨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른바 ‘국회 미투’ 이후 당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는 국회 내 보좌진을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 조사를 벌였다. 국회 윤리특위가 발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 성폭력 가해자는 6급 이상이 다수였다. 황 부소장은 2018년 유승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5급 이상 국회의원 보좌진 중 30%를 여성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에 높은 성차별의 벽이 존재한다고 황 부소장은 말했다. 그는 “2018년 국회 비서관의 미투 사건으로 남성 보좌진 사이에서 ‘이제 여성 비서관이랑 회식 안 한다’, ‘여성 보좌진 채용이 꺼려진다’ 등의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룰’(Pence rule)이 등장했다”며 “법안 발의 요건인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워 간신히 채워서 20대 국회 때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국회 내 높은 성차별의 벽을 본 순간”이라고 말했다.

국회 여성 보좌진을 적극 채용하려는 좋은 선례도 있다. 기본소득당은 당규에 ‘전체 보좌직원의 1/3 이상을 여성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보좌진 성별 현황을 살펴보면 9명 중 6명이 여성이다. 4급 상당 수석보좌관도 여성이다.

홍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비서관은 “다른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하는 회의나 협의체에 들어가면 젊은 여성 보좌진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저희 의원실이 유독 젊은 여성 보좌진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거대 정당에는 여성 보좌진 채용 시 할당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정당부터 당규에 국회 여성 보좌직원 채용 할당 규정을 두면 의원실에 괄목할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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