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곰 3마리가 탈출한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농장. (사진=울주군청 제공)
지난 8일 오후 곰 3마리가 탈출한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농장. (사진=울주군청 제공)

12월 8일 울산광역시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육 곰 세 마리가 탈출했고, 현장에 있던 농장주 부부는 곰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 탈출한 곰 세 마리 또한 모두 사살됐다. 사육 곰 탈출 사건은 보통 곰이 잡히거나 죽으면서 끝나지만, 이번에는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다시 또 사육 곰에 반짝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시설에서는 이미 과거에도 두 차례나 사육 곰 탈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게다가 곰을 사육하던 시설은 등록이 되지 않은 불법 사육장이었고 그 안에 살던 곰들 역시 경기도 용인 농장에서 불법 증식한 개체였다. 전 과정에 걸쳐 불법으로 점철됐지만, 2018년부터 지금까지 수 년 간이나 곰 사육은 이어져 왔다. 두 차례 탈출 사고가 발생하며 관할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 역시 불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농장주에게 벌금형 처분이 내려졌을 뿐 곰은 다시 불법 시설로 돌아갔다. 탈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곰을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혹은 불법을 인지했을 때 시설을 폐쇄할 수 있었다면 곰도 사람도 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러 차례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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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해당 시설의 곰을 불법 증식한 용인 농장의 농장주는 이전부터 밀도살, 불법 취식 등의 행위를 계속해왔고, 지난해에는 불법 도살을 숨기기 위해 사육 곰이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까지 하여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해당 농장주는 사육 곰과 관련한 불법 행위에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고 있음에도 여전히 백 마리 가까운 곰을 소유하고 있다. 곰을 사유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서 인식하는 규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육 곰 산업은 1980년대 초 정부 권장에 의해 농가 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물 보호 여론이 높아지고, 반달가슴곰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며 국제 간 거래가 금지됐다. 경제적 이유로 시작한 산업이 돈벌이에 무용해지자 산업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산업이 쇠락한 뒤에도 생명은 남아있었고 살아 숨 쉬는 순간마다 고통받았다.

그 안에 남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 건 결국 시민들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지난 3월, 22마리 사육 곰을 미국 TWAS(The Wild Animal Sanctuary)가 운영하는 보호 시설에 이주시켰다. 두 평 남짓한 뜬장이 생의 전부였던 곰들이 야생과 다름없는 생츄어리에 발길을 내딛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나 22마리가 자유를 찾은 뒤에도 아직 국내에는 319마리(2022. 11월 기준) 사육 곰들이 철창에 남아 있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고통과 보장할 수 없는 그들의 미래가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다행히 올해 초 정부는 시민단체, 사육 곰 협회 등과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을 맺고, 사육 곰 특별법 제정, 보호시설 건립 등 곰 사육을 끝내기 위한 정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5월에 발의된 ‘사육 곰 특별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고, 건립 중인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는 곰들은 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용인 농장처럼 사육 곰을 이용한 불법 행위도 여전히 우려되고 있어 실질적인 종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계속 요구된다.

인간은 고작 보신을 목적으로 19그램짜리 쓸개를 얻기 위해 곰을 고통에 빠뜨리고 죽여 왔다. 사육 곰은 인간의 탐욕을 상기시키는 존재다. 지금까지의 과오를 결코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그들을 수렁에서 건져냄으로써 조금이나마 용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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