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의 쓰레기 개론 101]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이 지난 11월 선보인 트럭 방수포 뒷면을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 ⓒ프라이탁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이 지난 11월 선보인 트럭 방수포 뒷면을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 ⓒ프라이탁

2006년 아름다운 가게가 런칭한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를 시작으로 보면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산업의 역사는 20년 정도 된다. 그동안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가 크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큰 문제는 업사이클링 제품의 이미지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수작업이 기본이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고가에 판매되는 제품을 만들어야만 산업을 유지할 수 있다. 스위스 프라이탁 가방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명품가방 이미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고가에 판매되려면 소재 및 디자인이 받쳐줘야 하지만, 고급 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식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업사이클링 제품 하면 ‘싸구려’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무료로 나눠주는 기념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업사이클링 제품의 대표 이미지로 만든 것도 문제다. 몹쓸 쓰레기를 업사이클링 업체에 넘겨주면서 치우려는 기업들의 인식도 개탄스럽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섬세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며, 업사이클링 제품이란 용어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이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자는 식의 업사이클링 교육도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아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만들기 교육에 버려진 소재를 활용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해야지, 직접 만든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

위장 업사이클링 제품 관리도 필요하다. 새 소재를 사다가 낡은 소재인 것처럼 위장한 후 업사이클링 제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것은 사기인데, 현재로는 소비자가 이를 판별할 방법이 없다. 현장에서 속속들이 사정을 아는 업사이클러들 사이에는 위기감과 불만이 높다. 사기꾼들이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목표도 과하다. 버려지는 소재로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처럼 인건비가 이미 비싼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 재사용으로서의 업사이클링 산업을 유지·발전시키려면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강박관념은 버리고, 고가에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사이클링 산업에 쓴소리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산업 발전을 위해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업사이클러들의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나라에도 ‘업사이클링 유니콘’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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