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토트넘 위민’ 조소현 선수
‘한국 최고’ 안주 않고 해외 진출 결심
일본·노르웨이 거쳐 영국 무대 안착
남녀 통산 A매치 142경기 최다 출전
한국 여자축구, 해외진출 더 많이 도전해야
“월드컵, 목표 높게 잡고 최선 다해 준비”

‘한국 여자축구의 심장’ 조소현 선수. ⓒ여성신문
‘한국 여자축구의 심장’ 조소현 선수. ⓒ여성신문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은 기적과도 같았다. 축구는 다시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는 국가대표 경기 90분 동안 기쁨,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여자 축구로 눈을 돌려보자.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1~2월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여자 아시안 컵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23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 성과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한국 여자 대표팀를 논할 때 떠오르는 선수가 몇 명 있다. 여자 대표팀 베테랑 미드필더 조소현(33) 선수가 대표적이다. 거침없는 압박과 투지, 강인한 멘탈, 엄청난 활동량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이탈리아 대표팀 출신 젠나로 가투소를 연상케 해 ‘조투소’라는 별명이 붙었다. 조소현은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황무지 같았던 한국 여자축구의 부흥과 성공을 이끈 ‘황금 세대’이자, 남녀 통산 A매치에 142경기 출전해 지소연 선수와 함께 최다 출전자로 이름을 올린 영원한 ‘캡틴’이다.

조소현은 안주하지 않는다. 현대제철에서 오래 뛰며 국내 최고 대우와 연봉을 받았으나 도전을 감행했다. 2016년 일본 고베 아이낙으로 이적했고 이후 노르웨이를 거쳐 잉글랜드 무대에 섰다. 변화와 발전에 대한 갈망은 조소현을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웨스트햄을 거쳐 토트넘 핫스퍼 FC 위민(Tottenham Hotspur F.C Women)으로 완전 이적해 손흥민 선수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최근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조소현도 지난해 9월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4만7367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쳤다. 역대 WSL 최다 관중이다.

이제 조소현은 월드컵 무대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2015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9년 프랑스를 거쳐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서른 중반에 접어든만큼 이번 월드컵이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후회를 남기지 않고 대표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남자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저희 여자팀도 조금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며 “목표를 높게 잡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전했다.

영국 남동부 사우스햄튼에 위치한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서 조소현 선수를 만났다. 이날 토트넘 핫스퍼 FC위민과 사우스햄튼 FC 위민의 컨티넨탈 리그컵 경기가 있었다. 조소현은 후반전에 투입됐고, 경기는 1대 0으로 토트넘이 승점을 챙겼다.

경기가 끝난 후 조소현 선수를 만나 영국에서의 생활과 2023 월드컵, 새해 소망 그리고 젊은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지난 해 2월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 후 조소현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해 2월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 후 조소현 선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1년부터 현재까지 토트넘 핫스퍼 FC 위민에서 뛰고 있습니다. 영국에서의 선수생활은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여기서는 체력이 많이 요구되고 속도감이 있는 축구를 하다보니까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한국이랑은 다른 스타일의 축구거든요. 그런데 (토트넘을 비롯하여 유럽 리그에서)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많이 적응이 되어서, 이제는 스스로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해야 하는 지 많이 파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 선수 생활의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영국 여자축구 내에서는 상위 구단과 하위 구단의 실력 차이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리그가 발전할 수록 한 해 한 해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데 (웃음) 그래도 재미가 있으니까 계속 여기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일본, 영국 모두 경험해 봤는데, 조소현 선수가 느낀 여자축구 인프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제가 한국에 있다가 일본에 갔을 때는 ‘와, 정말 여자축구 팬들이 많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한국도 많이 좋아지기는 했는데, 제가 있었을 때는 인프라도 구축이 잘 되어있지 않고 팬도 많이 없어서 아쉬운 점이 컸었거든요. 그러다가 일본에 갔는데 팬이 훨씬 많다는 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팬이 1,000명 정도 계셨던 것 같아요. 그 때가 일본에서는 오히려 여자축구의 인기가 조금 떨어졌을 때라고 들었었는데, 그럼에도 저는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었어요.

그런데 그러다가 영국에 오니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여자축구 리그가 커지는 게 느껴져요. 지금 제일 많이 들어온 팀들은 5만명 이상의 팬분들이 계시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갈수록 여자축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이런 여자축구 리그의 규모, 경쟁력 그리고 발전 가능성 등이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영원한 ‘조캡틴’ 조소현 선수. ⓒ그로노블(프랑스)=AP/뉴시스
한국 여자대표팀의 영원한 ‘조캡틴’ 조소현 선수. ⓒ그로노블(프랑스)=AP/뉴시스

 

-2023 FIFA여자 월드컵이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립니다. 한국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부탁드려요.

“4년 전 월드컵 때도 팬 분들께서 많이 응원을 해주셨는데요, 또 이번에 남자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저희 여자팀도 올해 조금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월드컵이 여러모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목표도 높게 잡았기 때문에 잘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계묘년을 맞아 새해 소망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골이나 어시스트를 작년보다 더 많이 이루자라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인데요, 아직 토트넘 내에서 골이 없다보니 2023년에는 골을 조금 더 많이 넣었으면 좋겠다 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로를 모색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국제무대 도전을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분명히 도전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여자축구 선수들도 마찬가지 이지만 내가 지내던 곳, 내가 편한 곳에서 있다 보면 아무래도 안정적이고 일하기도 편하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외로 나가서 바깥 세상을 경험하다보면 조금 더 눈이 트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업적으로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직업군을 가지게 될 수 있는데, 해외로 나가서 경험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직종과 기회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한 번 해보고, 안된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니까’라는 마인드로 일단은 해외 진출에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조소현 선수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2023년 우리나라 여자대표팀, 토트넘 핫스퍼 위민, 그리고 조소현 선수의 활약을 응원한다.

2022년 7월 19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의 개막전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22년 7월 19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의 개막전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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