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덧 2022년 임인년을 보내고 새로운 2023년 계묘년을 맞이하는 세밑에 서 있다.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답게 다사다난했고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서로 만나지 못하는 3년차를 맞이한 올해에는, 5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9월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10월 이태원 참사, 12월 월드컵 축구 16강 진출 등 굵직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세밑에서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 전체 혹은 개인적으로나 기쁘고 슬픈 많은 일들이 일어난 가운데 그런 일들을 묵묵히 감내하고 극복하려 노력하면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그 어느 해 보다도 무거운 느낌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에다 지구 한 편에서는 전쟁이 지속되며, 이로 인해 경제는 안갯속을 헤메고 사회갈등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그널들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한 희망보다는 어두운 면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전지구적 기후위기,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 가져올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우리 눈앞에는 상상하지 못할 세상이 펼쳐질 것만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미래 사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22년 6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기후위기, 지속가능한 미래는? 

먼저, 전지구적 기후위기 문제를 살펴보자. 지금도 세계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추위, 홍수, 가뭄, 산불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 발생빈도와 규모는 점점 더 커져 간다. 또한 각종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등은 이 기후위기가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우리가 행한 환경파괴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기후위기는 우리들의 생명권, 주거권, 건강권, 식량권 등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파괴하며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한다. 또한 이러한 피해는 우리 당대보다도 미래에 더욱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 세대가 해결을 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기업 등이 기후위기를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한국의 합계 출생율은 2022년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며 그 수치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 수원시 한 병원 신생아실의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출생율 0.72명과 지방균형발전 

한편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위협은 저성장의 고착화, 소득격차 양극화의 심화, 사회갈등 심화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킬텐 데, 이러한 상황에서 각 개인과 가정에게 의무감만을 부여한들 출생율이 올라 갈 수 있을까? 한국의 합계 출생율은 2022년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며 그 수치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일까? 여성들의 학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최고인데도 어째서 경제활동참가율은 31위에 불과하며, 왜 여전히 여성들은 출산과 일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을까? 저출생에 대한 보다 면밀한 원인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히 육아지원금을 늘린다고 출생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육아는 남녀공동책임이므로 이러한 인식하에 일·생활 균형을 당연시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돌봄을 행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노동정책 등이 재정립 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을 해소할 지방균형발전을 통해 저출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인구의 50.3%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전국 상위 1,000개 기업 중 529개 기업이 서울에 있으며, 문화시설의 1/3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들은 주택, 교통, 환경, 고생활비용 등으로 인해 출산이나 결혼 등은 생각지도 못하는 가운데, 지방은 지속적으로 황폐화되어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의 출생율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반복시키고 가중시키고 있다. 2022년 현재 서울의 출생율이 0.59명이고,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3개로 49.6%에 달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 한다. 따라서 지방의 고령화·빈곤화가 저출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인구 내지 생활인구 개념 도입, 일과 휴가를 함께 하는 워케이션 활성화, 관이 아닌 민간-지자체의 협력이 주도하는 지방경제발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저출생 문제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며, 단순히 한 두 가지 정책지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통합적인 차원에서 정책접근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맞이할 새 패러다임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급속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모든 산업·사회 분야에서 무인화 및 사물의 지능화가 보편화 될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표면적인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할 조직의 프로세스와 운영관리 등 제도·문화의 작동방식에도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디지털 사회로 가는 과정 속에서도 자칫 소외되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취약계층, 노령계층 등에 대한 두터운 지원 또한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전환을 맞이할 준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닌,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온 정책 패러다임이나 전략, 사회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근본적인 전환이 요구되며 새로운 대안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3년 계묘년! 지혜롭고 똑똑한 토끼는 위기를 대비해 3개의 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세밑에서, 우리도 토끼의 지혜를 본받아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3개의 굴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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