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사이드]
소크라테스의 유무죄 가른 변론 랩배틀 형식으로 꾸며
양동근, 치타, 아넌딜라이트, 유성재, 정민, 황민수 출연
2월 26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

2500여년 전,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재판이 열렸다. 바로 소크라테스의 유무죄를 가르는 재판. 시인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가 ‘나라가 믿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그를 고발한다. 두 사람은 법정에 나서 각자의 입장을 변론한다. 2023년, 대한민국의 대학로 무대에서 재판이 다시 열린다. ‘힙합 뮤지컬’을 통해.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캐스팅 공개 당시부터 양동근, 치타, 아넌딜라이트 등 래퍼들의 뮤지컬 도전이자 유성재, 정민, 황민수 등 뮤지컬 배우들의 랩 도전으로 뮤지컬 마니아들의 화제를 모았다. 파격적인 장르와 캐스팅답게, 이야기 구성도 파격적이다. 기승전결에 맞춰 이야기를 따라가는 뮤지컬과는 달리 법정에서 멜레토스와 소크라테스가 변론을 랩으로 주고받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다.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넘버의 대부분은 랩으로 구성돼 있다. 라임이 딱딱 맞춰진 가사로 멜레토스가 소크라테스를,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를 비판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마치 랩 배틀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서 누가 비꼰대
난 사실을 말해 저 아저씬 그냥 꼰대
어차피 잘난 척인 거 다 알 건데
뭐가 나은 삶인지 알면 뭐 어쩔 건데, 뭐 어쩔 건데(넘버 ‘속지마’)

관객들이 아테네 배심원들로 설정돼 있고, 멜레토스와 소크라테스 역할의 배우들이 관객들과 호흡하는 랩 장르를 소화하는 만큼 관객들과 함께하는 장면들이 많다. 처음 막이 오르기 전에 ‘함성, 떼창, 추임새 가능’하다는 공지사항이 모니터에 뜨기도 한다.(단 비보잉이나 무대 난입은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고 배우들과의 호흡이 차단됐던 관객들의 갈증을 한 번에 해결해줄 공연이다.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공연 사진 ⓒHJ컬쳐

그러나 이야기를 완전히 버리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결말이 찾아오고 난 다음, 소크라테스의 독백이 담긴 랩과 노래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진다. 이를 소화해내는 래퍼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통해서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2500여년 전 아테네의 시민들을 깨우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던 소크라테스를 보여주면서,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살찐 말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2월 26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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