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주최 ‘양성평등정책대상 조직위원회’ 좌담회
지역에선 여성·성평등 표현부터 사라져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양성평등정책 중요
지역에서 양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견인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지 우수사례 발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2023 양성평등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이영숙 전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대표,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조양민 국민의힘 전국여성의정회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2022년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2023 양성평등정책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이영숙 지방자치발전소 대표,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조양민 국민의힘 전국여성의정회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지역의 성평등 정책을 발굴해 알리는 사업인 ‘양성평등정책대상’을 통해 지역의 성평등 정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여성 정책이 사라지는 현주소를 각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진단했다. 성평등 정책 활성화를 위해 ‘양성평등정책대상’을 제정해 격려하는 것은 지역 성평등 정책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성신문이 주최하는 ‘양성평등정책대상 조직위원회’ 좌담회가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사 사옥에서 열렸다.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인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을 비롯해 김효선 여성신문 대표·이영숙 지방자치발전소 대표·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조양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김효선 대표는 “여성 관련 정책이 ‘양성평등정책’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의존적인 약자에 대한 구호성 복지인 부녀정책에서 출발해 성평등 정책으로 발전해서 현재 곳곳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현대사의 집단적인 성취로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과는 별개로 후퇴할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며 “이번 기회에 양성평등정책의 현재 성과를 점검하고 좋은 사례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좋은 정책을 격려해서 양성평등 정책의 동력을 잘 살려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양성평등정책 현주소…여성·성평등 표현부터 사라져

이영숙 지방자치발전소 대표 “‘여성’ 표현 삭제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으로 변경”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지역 여성정책 기관들, 미리 알아서 없어지는 상황”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홍수형 기자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홍수형 기자

이은아 처음 이 주제를 들었을 때 대구의 여성정책 연구기관이 없어지고 부산 여성가족개발원 축소되는 등 지역 여성정책 기관들이 미리 알아서 없어지는 상황이 떠올랐다. 정치의 감이 지역에서 빠르게 작동하는 상황이다. 이 주제로 여성신문에서 상을 주는 방식으로 계속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역의 연구기관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연구가 있어야 정책이 나오고, 연구기관 자체가 흔들리면 여성정책이 사라지고, 여성 정책 부서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역의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상징하는 바로 봐야 한다.

이영숙 전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대표 ⓒ홍수형 기자
이영숙 지방자치발전소 대표  ⓒ홍수형 기자

이영숙 도봉구도 여성가족과였는데, 여성을 없애고 가족정책과로 남았다. 강릉도 인구가족과, 대구·대전·부산·서울 성평등 담당관을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여성’이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인구·가족·양성평등으로 변경되고 있다.

이은아 부처나 다른 양성평등 담당관들도 여가부 폐지로 한번 흔들어놓으니까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안 된다. 지역의 촉이 진짜 빠르다. 지역 기초들이 먼저 여성 다 지운다. 기초는 민원이 즉각적인데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 반응해줘야 한다. 부서를 없애고, 양성평등기본계획 이행 부처 없으니까 있으나 마나 한 부처가 된다. 5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홍수형 기자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홍수형 기자

이현숙 제주도는 지난 2018년 7기 제주도정 조직개편에 맞춰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행정부지사 직속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인 ‘성평등정책관’을 신설했다. 그러나 최근 입법 예고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보면 ‘성평등정책관’을 ‘성평등여성정책관’으로 기존 ‘보건복지여성국’ 내 ‘여성권익업무’를 통합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다. 성평등 정책이 여성권익 업무를 통합하면서 긍정적인 변화와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서 간 칸막이로 어려웠던 부분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성평등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담보하기 위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4년 동안 성 주류 정책이 도정 전반에 스며들 수 있도록 큰 노력을 해왔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성평등한 공직문화 조성’을 위한 매뉴얼 구축, 전 부서장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양성평등담당관제’ 시행, 주요 정책 사업 결정 시 사전 성평등검토제, 공공기관의 홍보물을 비롯해 조례, 관광콘텐츠 등에 대한 특정성별영향평가도 시행했다.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도 지방비를 투입해 구축했고, 도지사가 위원장인 양성평등위원회가 정책 권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명문화됐다. 전담 부서의 추진체계 구축을 통해 여러 가지 성과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제주도가 광역 최초로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성평등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서정순 유튜브를 검색하다 전남양성평등센터에서 전남도의회, 목포시의회, 강진군의회, 순천시의회 등과 함께 제7차 성평등 릴레이 포럼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성의원들뿐 아니라 남성의원들도 토론자로 참여하도록 하는 포럼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을 선출한 강진군의원들을 치켜세우는 강진군의회의 최연소 여성의장의 축사도 멋있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장들의 수가 48명으로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이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견인하고 있는지 우수사례를 발굴하면 좋겠다. 

농어촌 지역에서 누적되어온 성차별을 공론화하고 해결하려는 과정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했다. 지역에서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는 이런 의미 있는 포럼들이 여성신문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지역전문위원을 위촉해 현장성을 더 강화하면 좋을 것 같다.

이영숙 성평등지원센터가 서울시에 3개를 시범으로 하고 있다. 내년까지가 시범 기간이다. 확대는 안 하려는 것 같다. 내년 예산을 줄까 말까를 이야기했다. 실적을 평가해서 25개 구로 확대할 건지는 내년에 정할 거지만 이런 상태로는 내년에 안 한다. 그렇지만 확대해야 한다.

광주 동구가 지난해 11월 30일 '2022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에서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을 수상했다. 동구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 강화와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는 양성평등 정책을 4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광주광역시 동구청
광주 동구가 지난해 11월 30일 '2022 상호 존중하는 좋은 경영대상'에서 '여성과 함께하는 좋은 정책 대상'을 수상했다. 동구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 강화와 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는 양성평등 정책을 4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광주광역시 동구청

 

“여성 지우는 현실 속 양성평등정책대상은 큰 의미”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지역사회에서 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견인하고 있는지 우수사례 발굴”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 “‘양성평등정책 대상’을 통해 지자체의 우수한 정책 함께 공유”

 

조양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 “의원들이 어떤 조례 발의하는 지 보는 것도 중요”

중앙에서의 여성가족부 폐지논의에 따라 지역에서의 성평등 부처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양성평등정책대상 조직위원회 위원들은 양성평등정책대상이 이런 현실 속에서도 양성평등 정책을 꿋꿋이 해나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을 기대했다.

이영숙 중앙부처에서 여가부 폐지 논의를 던지자 지역에서도 부서명에서부터 ‘여성’을 지우고 있는 현실이다. 갈등을 완화하고 삶과 생활 속에서 성평등과 민주주의가 녹아날 수 있도록 할 시점이었는데 과거로 퇴보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에서부터 성평등 정책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 지방정부, 의회 의원들을 발굴, 칭찬하는 상을 주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아 여성 정책을 하는 사례를 더 많이 칭찬해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도 계속 여성 정책을 시행하는 지역이 있으므로, 지역 단체가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 건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사례를 만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조양민 국민의힘 전국여성의정회 공동대표 ⓒ홍수형 기자
조양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 ⓒ홍수형 기자

조양민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 지를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경기도에도 새마을지도자는 거의 남성이다. 농사는 부인들이 짓는데도 그렇다. 그래서 경기도 여성 농·어업인 지원 조례를 새로 제정했다. 그런 사례를 주목해보면 어떨까 싶다. 공직 사회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도, 정책 추진에 의지가 강한 분들에게도 주면 좋을 것 같다.

이현숙 제주도는 ‘제주형 양성평등정책’으로 ‘제주처럼’에 이어 ‘더 제주처럼’으로 브랜드화해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정부의 ‘양성평등기본계획’에 대한 ‘시행계획’과는 별도로 추진했고 ‘여성친화도시 기본계획’도 수립해 제주도 최상위 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본계획에 핵심 가치로 반영되기도 했다. 제주도의 사례는 ‘지방분권’ ‘풀뿌리 민주주의’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지향한다면 관심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지자체마다 지역정체성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양성평등정책 대상’을 통해 지자체의 우수한 정책을 함께 공유하고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서정순 어떤 정책이든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직급을 떠나 공무원 한 사람이 어떤 마인드로 일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좋은 정책을 선정해 해당 지자체에 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일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조양민 성별임금공시에 대해 이 부분을 잘 체크하는 것도 어떨까 싶다. 남녀 임금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 이걸 공시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일이다.

서정순 성평등 관련 특정 정책보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과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해 일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인 전문 인력과 거버넌스에 더 많이 주목해서 상을 주었으면 좋겠다. 행정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지역양성평등센터같은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성평등 정책도 분권화될 수 있도록 지역양성평등센터가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김효선 오늘 좌담 내용을 들어보면 양성평등 정책이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을 정도의 생활환경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서 시원치 않은 조건이 적지 않지만 곳곳에서 창의적인 성과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무적이다. 양성평등 정책이라는 나무에 희망의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 것 같은 그림이다. 이 희망의 열매를 잘 거두어 또 다른 씨앗으로 심어 널리 퍼뜨리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27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2022 양성평등정책 좌담회'를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여성신문에서 '2022 양성평등정책 좌담회'가 열렸다. ⓒ홍수형 기자

 

◎ 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은
서대문구청 정책보좌관·협치조정관으로 일했으며 민주여성지방의원협의회 부대표·서울 공동대표·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지냈다. 5, 6대 서대문구의원으로 지역을 살폈다.

◎ 이영숙 지방자치발전소 대표는
나라살림연구소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공동대표·지방자치발전소(사) 대표를 지냈으며 6·7·8대 도봉구의원으로 지역을 살폈다.

◎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경찰청 성평등위원회 위원·서울시 성별영향평가위원회 위원·한국여성학회 이사를 지냈다. 또 성인지 예산제도 전문평가위원회 위원과 여성가족부 여성친화도시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 이현숙 전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정책관은
초대 제주도 성평등정책관·한라일보 기자협회장·제주지역언론노조 사무국장·제주도기자협회 여성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미디어교육사로 활동 중이다.

◎ 조양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수석부회장으로 경기도의원,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상임감사,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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