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순 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서정순 양성평등정책대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전 서대문구청 협치조정관) ⓒ홍수형 기자

우리나라 지역양성평등정책은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지방정부가 구성되면서 그 토대가 마련됐다. 같은 해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됐고 중앙정부가 마련한 여성정책기본계획에 따라 각 시·도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여전히 중앙집권적 틀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자치에 걸맞게 지방정부에서도 지역 특성에 따라 여성(양성평등)정책 중장기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양)성평등기본조례에 여성(양성평등)정책 중장기계획 수립을 의무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는 반면에 어떤 곳은 자체적으로 5년마다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도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의무만을 명시하고 있어 양성평등기본법이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족쇄로 기능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에 도입된 성별영향평가제도는 2006년 기초지방정부까지 확대됐고 16개 지역의 성별영향평가센터에 힘입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해왔다. 성별영향평가를 매개로 기초단위까지 젠더 거버넌스가 활성화하는데 기틀을 제공하기도 했다.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까지 대상으로 하는 성별영향평가 우수 기관 표창도 양성평등정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출발한 여성친화도시 정책은 2009년 기초자치단체인 익산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초정부가 중앙정부의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견인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 측면에서 지방자치의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의 96개 여성친화도시는 지역양성평등정책의 꽃을 피우고 있는 곳이다. 여성친화도시로 지정을 받기 위해 기초 지방정부는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여성정책 전담팀을 만들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5년 단위로 여성친화도시 재지정이 이루어짐에 따라 평가 시기가 도래한 1년은 열심히 하고 나머지 4년은 소홀히 하는 문제가 야기됐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부가 연 단위로 여성친화도시 시행계획 및 추진실적을 점검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지역 성평등 지표에 따라 발표하고 있는 지역 성평등지수는 광역 지방정부의 분야별 성평등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기초지방정부까지 평가할 수 있는 성평등지표가 개발되고 활용된다면 양성평등정책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기초 지방정부까지 연도별 양성평등시행계획 및 추진실적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포상까지 했다면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한편 1991년 0.9%에 불과했던 여성지방의원의 비율은 2006년 기초의회 비례대표제도와 여성의무공천제도에 힘입어 2006년 14.5%로 급상승하면서 22년 지방선거에서는 30%에 도달하였다. 더욱이 다선 여성지방의원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성의장의 수도 획기적으로 증가하여 48명에 이르고 있다. 여성지방의원들은 성평등 관련 조례 제·개정 등 지역의 양성평등정책을 이끄는 중요한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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