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후위기로부터 인권 보호·증진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취약계층 보호·정책 참여 보장 등 촉구

2022년 6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022년 6월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기후위기는 생명권, 식량권, 건강권, 주거권 등 인권에 직간접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을 국가의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후변화는 인권의 가장 큰 위협 요소”라며 정부(대통령)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가 기후위기와 인권 문제에 관해 처음 내놓은 공식 의견이다.

인권위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2월30일 대한민국 정부에 “기후변화의 양상과 사회적·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유형화하고, 기후변화가 취약계층의 고용, 노동조건, 주거, 건강, 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분석해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 역량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탄소중립법 제47조 제1항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같은 법 제2항은 실업의 발생 등 고용상태의 영향에 대해서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48조는 고용상태 영향조사 등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을 뿐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 중 취약계층 중점 보호를 위한 정책은 폭염에 따른 쪽방촌 주민과 야외노동자 보호를 위한 과제에만 집중됐다”며 “취약계층 보호 정책이라고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설정도 권고했다. 탄소중립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의 3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감축 목표보다 부족하다.

인권위는 아직 우리 정부가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감축량에 대한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판례 등에 비춰볼 때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는 기업뿐만 아니라 농어민,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소비자 등 기후위기에 더욱 취약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밝혔다.

기후변화 관련 기업공시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성·투명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현재 탄소중립법 시행령 제5조 제1항(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을 수립·변경하는 경우에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외에는 시민들이 정보를 얻고 참여할 기반 규정이 없다.

인권위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 측정 및 평가 결과, 온실가스 배출 관련 정보 등을 통합 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여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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