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65주년 기념 시집·대담집 펴내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복귀 파문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후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90) 시인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시집과 대담집을 연달아 펴냈다. 독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출판사 실천문학사는 지난 12월 고 시인의 등단 65주년 기념 신작 시집 『무의 노래』, 캐나다 시인이자 정치철학자 라민 자한베글루와 고 시인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를 출간했다. 계간 ‘실천문학’ 겨울호(146호)에 고 시인이 쓴 김성동 시인 추모시 ‘김성동을 곡함’도 실었다.
고 시인은 신간에 수록한 ‘작가의 말’ 등에서 딸과 아내 등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책을 펴낼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으나, 자신의 성추행 의혹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독자평에는 “한심스럽다”, “이런 게 바로 추한 출판이다. 기억한다” 등이 올라오고 있다. 서점가도 홍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2017년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에 고 시인이 저지른 성추행을 묘사한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고, 이듬해 ‘미투(#MeToo) 운동’으로도 이어졌다.
파문이 커지면서 고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을 사퇴했다. 교육부는 2018년 3월 고 시인의 시를 초·중·고 교과서에서 빼기로 했다.
고 시인은 2018년 3월 영국 가디언에 성명을 보내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 없다”며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고, 그해 7월 최 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 시인이 과거 작성한 일기 등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최 시인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