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미술관 새해 첫 전시 ‘히든 트랙’ 개막
근현대 소장품 등 60여 점...2월25일까지
“현실의 단절·선입견 넘어
한국미술사의 ‘히든 트랙’으로 재조명”

 

알록달록 물든 금강산의 산천, 모여 앉아 일에 몰두하는 여공들, 팔짱을 낀 채 어딘가를 지긋이 응시하는 남포제련소 노동자... OCI미술관의 2023년 첫 전시 ‘히든 트랙’에서 만날 수 있는 북한 유화들이다. 

미술관 측은 그간 ‘사회주의 이념 프로파간다’로 낙인찍힌 북한유화를 한국미술사의 한 갈래이자 ‘히든 트랙’으로서 선입견 없이 감상하고 관찰해보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월북화가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북한유화의 예술성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OCI 창업주이자 ‘마지막 개성상인’ 송암 이회림(1917-2007) 선생이 수집한 북한유화가 중심이다. 길진섭, 김관호, 김주경, 최재덕 등 근대기 한국 서양화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화가들의 1950-80년대 작품으로, 자연, 도시, 인물, 정물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여기에 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 작품 9점을 더해 총 6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김관호, 강변의 여인, 195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50×72.5cm ⓒOCI미술관 제공
김관호, 강변의 여인, 195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50×72.5cm ⓒOCI미술관 제공
한상익, 삼선암에서, 1986, 캔버스에 유채, 59×45cm ⓒOCI미술관 제공
한상익, 삼선암에서, 1986, 캔버스에 유채, 59×45cm ⓒOCI미술관 제공

1층에 들어서면 서정적인 자연풍경화와 정물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풍부한 색채로 한적한 강변 풍경을 그린 ‘강변의 여인’은 김관호 작가가 다시 붓을 든 1950년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장진호 일대의 풍경을 묘사한 길진섭의 ‘산하’, 화려한 색감과 붓질을 보여주는 한상익의 금강산 풍경화 ‘삼선암에서’, 일상의 소품을 정교하게 담은 김경준의 정물화 등이다. 한국 근대기 화단을 빛낸 주경, 최영림, 이도영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2층 전시실엔 삶의 모습이 담긴 인물화와 도시풍경화를 모았다. 김만형의 ‘남포제련소 노동자’와 최재덕의 ‘집단공장’은 노동자와 그들의 일터를 생생하게 담았다. 한국 근현대 작품인 임직순 인물화 ‘화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만형, 남포제련소 노동자, 1959, 캔버스에 유채, 63.5×32cm ⓒOCI미술관 제공
김만형, 남포제련소 노동자, 1959, 캔버스에 유채, 63.5×32cm ⓒOCI미술관 제공
작가미상, 노동자 초상, 1968, 캔버스에 유채, 50×35cm ⓒOCI미술관 제공
작가미상, 노동자 초상, 1968, 캔버스에 유채, 50×35cm ⓒOCI미술관 제공
최재덕, 집단공장, 1950, 캔버스에 유채, 32×39cm ⓒOCI미술관 제공
최재덕, 집단공장, 1950, 캔버스에 유채, 32×39cm ⓒOCI미술관 제공
김주경, 공사판 풍경, 1959, 캔버스에 유채, 98×135cm ⓒOCI미술관 제공
김주경, 공사판 풍경, 1959, 캔버스에 유채, 98×135cm ⓒOCI미술관 제공

3층 전시실에선 북한유화와 한국 현대 미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낯설고 생경하고 이색적인 북한유화들과 한국 동시대 작가 김장섭, 강호연, 전혜림, 정해민의 작품을 모았다. 

김효정 OCI미술관 학예연구원은 “한국과 북한의 미술사를 풍부하게 할 이 그림들의 자료적 가치를 직감하면서도, ‘단절’이라는 현실은 이들을 감상해볼 기회조차 쉽게 내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유화의 작품성과 다채로운 해석의 가능성마저 한정 지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유화를 여느 미술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을 때, 낯선 이를 마주할 준비가 됐을 때, 북한유화의 독특한 구상과 표현들은 우리가 사고하는 미술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미술이 무한히 경계를 확장하는 오늘날, 우리의 시야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2월25일까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