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여성 11번째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산악인 김영미 대장(42·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어떤 보급도 받지 않고 단독으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김영미 대장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51일째인 마지막 날 27.43㎞를 걸어 오후 8시55분에 남위 90도에 도달했다. 전체 누적 거리는 1186.5㎞, 운행 중 낮의 기온은 영하 31도”라며 남극점 도달을 알렸다.
김 대장은 지난해 11월27일 남극 대륙 서쪽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해 51일 동안 1186.5㎞를 100㎏에 달하는 썰매를 홀로 끌면서 영하 20~30도 혹한을 극복했다.
김 대장은 “많이 추웠지만 좋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걸었다. 덕분에 부상 없이 열 손가락, 열 발가락 짝을 맞춰서 데려간다”며 “오늘 20여㎞를 걷는 것도 동상이 염려돼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내내 걱정이 됐다. 어떻게 1000㎞를 넘게 무거운 썰매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오늘 남극점에 섰지만, 내일이면 지난 과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길의 끝에 서니 50여일의 긴 여정이 하룻밤 꿈 이야기 같다. 춥고 바람 불던 날들, 흐리고 배고프던 시간들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맑고 따뜻한 날이 훨씬 더 많았다"며 "모두 행복하시길 가장 남쪽 끝에서 차갑지만 맑고 따뜻한 기도를 보낸다”고 전했다.
앞서 남극점을 밟은 여성은 세계에서 총 17명이었다.
영국 출신 9명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 출신이 1명씩이다. 이들 중 중간에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받지 않은 채 남극점에 도달한 여성은 10명뿐이었다.
김 대장은 세계에서 여성 11번째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보급 없이 남극점에 도달한 주인공이 됐다. 한국인으로도 처음이다. 2004년 박영석 대장이 무보급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적이 있으나 이때는 팀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