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으로 공장에 간 딸들의 이야기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열번째 생애구술사 발간

경북여성생애구술사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여성구술생애사 '경북여성노동자의 삶' 표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원장 하금숙)은 ‘경북여성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열번째 경북여성구술생애사를 발간했다.

이번 책에는 가난과 딸이라는 이유로 여공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5명의 경북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그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급속한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수록 인물은 △집안이 기울어 중학교를 졸업하는 둥 마는 둥하고 구미전자회사와 방직회사 여공으로 일하다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자녀와 가정을 건사하고자 윤성방직에 입사해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어머니 역할까지 도맡았던 김정숙(72세).

△대식구를 건사하기도 어려운 시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일하러 가야만 했던 언니들과 달리 중학교를 졸업하고, 돈도 벌고 고등학교도 다닐 수 있다는 희망에 마산 한일합섬 여공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김성예 미인조청 대표(63세).

△책을 사랑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문학소녀였지만 현실이 궁금하고 세상이 알고 싶어 전자공장, 한국RG모터 등을 거치며 노동현장에 뛰어들어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배태선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교육국장(58세).

△아버지의 병환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진학의 꿈을 접고 고려전기에 입사해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주경야독했던 손경숙 생활공감정책참여단(58세).

△어려운 집안 형편을 먼저 살펴 영남방직에서 3교대로 일하면서도 진학과 화가로서의 꿈을 놓치지 않고 결국 그 꿈을 이루어 낸 오경숙 화가(58세) 등이다.

일 하며 공부 할 수 있다는 희망, 세상을 알고 변화시키고 싶다는 열정,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 이들이 노동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어려움에 꺾이지 않고 성실함을 밑천 삼아 스스로의 삶을 키우고 주변을 돌보며 수처작주(隨主作處 : 어느 곳에서든 주인이 되다)의 모습으로 작은 역사를 만들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발전의 영광과 영향에 대해 모르는 이가 없고 그 당시 섬유, 전자, 가발 공장 등에서 산업 역군, 수출 역군으로서 일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역할이 종종 회자되지만, 실제 그들의 삶과 꿈, 노력, 당시의 노동환경 등이 어떠했는지는 기록으로 남기가 어려웠다. 이번 책에서는 몇 분의 이야기만을 수록했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발굴되고, 조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자들이 제기해 주었던 당시의 노동현장에서의 문제, 남녀임금격차, 성희롱, 근무환경의 열악함, 승진의 어려움 등은 정도를 달리할 뿐 현재에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경북여성들이 보다 행복한 일터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치며 일할 수 있도록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방안을 모색하며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책자는 비매품이며, 책에 대한 문의는 전화(054-650-7931)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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