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5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60대 친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5일 오후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어머니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정 구속을 면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64·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무리 피해자인 딸의 어머니라고 해도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고,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38년 동안 몸이 아픈 딸을 돌봤고, 딸이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오롯이 책임을 지고있다”며 “이번 사건도 모든 잘못을 피고인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선처 이유를 밝혔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며 가슴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면서 “당시 피고인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극한의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A씨 아들이자 B씨 남동생은 법정에서 “어머니는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누나를 깨끗하게 닦아주었다”며 “다른 엄마들처럼 누나 머리도 땋아 주고 예쁜 옷만 입혀서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나가 암 판정을 받자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했다. 누나도 불쌍하고 어머니도 불쌍하다. 저와 아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이때까지 고생하고 망가진 몸을 치료해 주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그날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딸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그때는 버틸 힘이 없었고,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으니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열했다.

인천지검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심문기일에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비춰 볼 때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지난해 5월23일 오후 4시30분께 인천 연수구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딸 B(30대·여)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당시 B씨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인 뒤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러나 집을 찾아온 아들에 의해 발견된 A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앞서 A씨는 38년간 B씨를 돌봐온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딸 B씨는 당시 대장암 말기에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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