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헌니술’에서 착안한
세상에 하나뿐인 양고기 미역국
아내 산후조리 위해 준비
세상의 모든 사랑 가득 담아

 

우리의 가장 큰 보물, 딸 아란이와 아내. ⓒ오재철 작가
우리의 가장 큰 보물, 딸 아란이와 아내. ⓒ오재철 작가

오늘도 8살 난 딸, 아란이의 밝은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하루종일 깔깔대며 웃는 덕에 우리집엔 근심 걱정이 머무를 시간이 없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가장 큰 보물은 바로 아란이다.

문득 아란이가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날이 생각난다. 6시간 동안의 진통 끝에 찾아온 귀한 녀석. 요즘은 산후조리원 입소가 당연한 수순인 듯 자연스럽지만 우리 부부는 고심 끝에, 낮에만 오는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너무나도 조그마한 아이를 안고 2박 3일 만에 둘에서 셋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세 명이 함께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있었다. 바로 아내의 산후조리. 아이를 낳기 위해 6시간 동안 고생한 아내의 몸 회복을 돕는 것! 이것이야말로 세 가족을 위한 아빠의 첫 과제였다. 집 청소와 빨래, 아내를 위한 삼시 세끼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은 나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신경쓴 것은 바로 산후조리 음식. 부모님 아니,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긴 산후조리의 필수인 미역국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매일 같이 이어지는 미역국에 아내가 서서히 물린 때쯤 나만의 정성을 담은 뭔가 다른 것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문득 세계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각 나라의 여행자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 재미있는 건 육아의 방식도 매우 다양했지만 각 나라 마다의 다양한 산후조리 음식이었다. 그 나라의 전통과 기후 등에 따라서 정해지는 산후조리 음식이니 다를 수도 있다 생각은 하지만 ‘건강과 관련된 생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라며 참 신기해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중 가장 공감갔던 산후조리 음식은 바로 몽골의 ‘헌니술’이라는 양고기를 넣어 만들었던 국이다. 오호라! 영양 풍부하고, 고급 음식 재료인 양고기. 그래! 아내를 위한 산후조리 음식은 일반적인 미역국 대신 양고기 미역국이다. 몽골과 한국의 합작품. 가히 여행작가의 아내를 위한 스페셜한 산후 조리 음식아닌가? 익숙하지 않을 뿐 특별한 요리법은 없다. 쇠고기 대신 양고기를 넣었고, 양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기 위해 월계수 잎을 넣어서 끓였을 뿐이다.

세상 태어나서 처음 접해보는 양고기 미역국을 받아든 아내는 흐뭇한 미소로 답해주었다. 세상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양고기 미역국이 여행작가 아내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지 연신 웃으면서 며칠 내내 양고기 미역국을 먹어주었다. 양고기 미역국을 먹은 덕분인지 아내도 아이도 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며칠 전 받아든 내 생일상에도 양고기 미역국이 올라와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담긴 생일상에 아내와 나는 함께 웃으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가장 큰 보물, 딸 아란이와 아내. ⓒ오재철 작가
우리의 가장 큰 보물, 딸 아란이와 아내. ⓒ오재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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