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
성비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 단계적 도입
형법상 강간 구성 요건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기업이 자율적으로 직원 채용부터 승진, 퇴직까지 성비 현황을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가 도입된다. 올해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강간죄 판단 기준도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장관 김현숙)는 2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27년까지 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양성평등 정책의 뼈대 역할을 한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양성평등 사회’를 비전으로, ‘함께 일하고 돌보는 환경 조성’, ‘안전과 건강권 증진’, ‘양성평등 기반 확산’의 3대 목표를 설정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여성가족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여성가족부

경력단절예방·고용 성차별 최우선 과제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수립한 3차 기본계획은 노동시장과 돌봄, 안전 분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서 양성평등 정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였다. 또한 양성평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성별고정관념에서 자유롭고, 동등한 교육을 받으며 자란 젊은 세대는 지금의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양성평등의 개념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이와 같은 정책여건 변화와 국민의 정책 수용성을 폭넓게 고려해 수립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국민들께서 양성평등 사회 달성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경력단절, 고용 상 성차별, 여성에 대한 폭력, 일‧생활 불균형 해소 등 과제에 우선순위를 놓고 정책을 추진해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2021년 실시한 제2차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국민이 꼽은 최우선 과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예방(28.4%), 고용 상 성차별(27.7%)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진행된 대국민 양성평등 정책 아이디어 공모에서는 ‘성폭력 범죄 대응 교육 강화’, ‘대학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방지’,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이 제시됐다.

정책 환경과 국민 수요를 반영해 마련한 이번 제3차 계획은 ‘공정하고 양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 구축’, ‘폭력 피해 지원 및 성인지적 건강권 보장’, ‘남녀가 상생하는 양성평등 문화 확산’, ‘양성평등정책 기반 강화’를 5대 대과제로 삼고 있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여성가족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여성가족부

구체적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격차가 큰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성별 근로공시제’를 추진한다.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큰 31.1%에 달한다. 성별 근로공시제는 기업이 채용·근로·퇴직 모든 단계에서 남성과 여성 비율을 자율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가 시행 방안을 마련해 올해 공공부문부터 시범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민간 기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기관장 성폭력사건 발생 시 여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재발방지대책 제출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고, 미제출기관에는 과태료 등으로 제재한다. 스토킹처벌법에는 스토킹범죄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담도록 개정한다. 

강간죄 구성요건,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

아동 성범죄자 등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여가부와 법무부가 합동으로 마련한다. 소아성기호증 범죄자를 대상으로 사후 치료감호를 할 수 있는 특례규정을 신설하고, 전자장치 피부착자는 배달라이더, 대리기사 등 특정 업종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한다.

형법상 강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강간죄를 규정한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바뀌지 않은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라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저항이 곤란한 정도의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폭력 피해가 인정됐다. 강간죄 구성 요건이 동의 여부로 바뀌면 폭행과 협박 없이도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미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선 자발적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죄를 정의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육아휴직 기간은 현행 1년에서 1.5년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특수고용직 등 고용보험 대상자 확대에 따른 육아휴직제도 적용 방안도 검토한다. 맞벌이 가정의 자녀돌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정부지원시간을 현행 연 840시간에서 올해 960시간까지 늘린다. 지원가구도 지난해 7만5000가구였던 것을 올해는 8만5000가구로 1만가구 더 늘릴 계획이다.

중소기업 내 재택·원격근무 활성화를 지원하고 대기업 대상 동반성장 종합평가에 협력사의 일·생활 균형 확산 지원 관련 평가범위를 확대한다. 

모두를 위한 돌봄 안전망 구축 과제에는 어린이집 비담임교사 지원 및 유치원 방과 후 과정 확대, 초등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다양화 및 참여 인원 확대, 초등늘봄학교 도입,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 

성인지적 건강정책 추진기반 마련

각 부처가 질병·건강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할 때 성별에 따라 다른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추진한다.

여가부는 인공임신중절 불법 약물 유통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식약처는 임신중절의약품의 불법 유통 단속을 강화하고, 복지부와 여가부는 임신갈등 상황에 대한 상담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남녀 모두, 세대 모두를 위한 양성평등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은 향후 5년간 양성평등정책의 구심점이 되어줄 것”이라며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앞으로 매년 수립될 세부 시행계획과 국가성평등지수 취약분야 관리 강화를 통해 국민께서 정책효과를 크게 체감하실 수 있도록 전부처가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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