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근원 물, 불, 몸이 관계하는 동시대 미술 모색
김택상, 윤희, 황호섭 신작과 대표작 60여 점 공개

김택상, 숨빛-산들바람(Breathing light-breeze), 2016, water acrylic on canvas, 190x190cm ⓒ대구미술관
김택상, 숨빛-산들바람(Breathing light-breeze), 2016, water acrylic on canvas, 190x190cm ⓒ대구미술관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대구포럼Ⅱ ‘물, 불, 몸’을 1월 31일부터 5월 14일까지 대구미술관 2·3 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개최한다.

30일 오후 5시에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작가와의 대화’ 등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기획, 관람객과 작가와의 만남의 장도 진행된다.

그동안 대구미술관에서는 ‘대구포럼’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이슈에 집중하는 전시를 선보여 왔다.

‘물, 불, 몸’은 대구포럼Ⅱ의 주제이다. 우리 미술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미의 가치와 정신, 세상을 이루는 만물의 근원 중에서도 물과 불, 인간의 몸이 관계하는 동시대 미술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단색화의 진면목을 선사하는 김택상(1958~) △불을 이용해 광물질 덩어리를 녹여 만든 조각의 물성을 파고드는 윤희(1950~)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전달하는 황호섭(1955~)이 함께 한다.

윤희, 즉흥(Improvisation), 2018-2021, 알루미늄, 90x178x183.5cm ⓒ대구미술관
윤희, 즉흥(Improvisation), 2018-2021, 알루미늄, 90x178x183.5cm ⓒ대구미술관

동양의 음양오행에서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기운에 의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돌아간다고 보았다. 목, 화, 토, 금, 수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것이 우리의 몸이기도 하다. 물, 불, 몸의 특징을 작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예술가가 만나 완성되는 ‘물, 불, 몸’은 결국 우주는 연결되어 서로 얽혀 있고, 우주가 우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김택상은 1958년 서울출생으로 중앙대 예술대 회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어린 시절 강원도 원주에서 자라면서 자연에서 색채의 감각과 감동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물빛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사각형의 틀에 아크릴 물감을 희석한 물을 부어 캔버스가 잠기게 한 후 물에 잠기는 표면의 면적과 침전되는 시간을 조절하는 과정과 건조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화면을 구성한다. 작업실 안의 빛, 바람, 시간, 계절의 요소를 개입해가며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물을 이용한 색채의 미묘한 번짐과 겹침의 효과를 통해 후기 단색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날 수 있다.

△윤희는 1950년 서울출생으로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와 국내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각가이다. 80년대 초반, 금속재료를 수집하며 다양한 물성을 연구하기 시작, 2000년대부터 하나의 주형(鑄形, 거푸집)을 사용해 좀 더 다양한 주물을 만들어 낸다. 주형은 대략 150~300kg이며, 원뿔, 원기둥, 구 등의 모양이다.

작가의 작업은 액체 상태로 힘과 방향, 속도, 양을 조금씩 달리해 의도성 없이 굴리고 던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조각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유의 거친 질감의 표현적인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황호섭, 무제(Untitled), 1998-1999, Acrylic on canvas, 198x360cm ⓒ대구미술관
황호섭, 무제(Untitled), 1998-1999, Acrylic on canvas, 198x360cm ⓒ대구미술관

△황호섭은 1953년 대구출생으로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무제(Untitled)> 연작에서 화면에 붓질을 가하지 않고 드리핑 기법을 이용해 물감을 흩뿌리는 작업을 볼 수 있다. 캔버스의 표면에 흩뿌려진 아크릴릭 물감 알갱이들은 응고의 시간과 더불어 건조되기 시작하지만, 이내 작가가 분사하는 물줄기에 의해 중심이 씻기면서 실반지와 같은 원형의 무수한 색 띠 알갱이들로 변신한다.

구리, 사금, 망간, 운모 등의 광물이 섞인 안료가 연출해 내는 신비로운 빛의 효과는 헤아릴 수 없는 별들로 채워진 무한의 우주 공간과 에너지로 소용돌이치는 북극의 오로라(Aurora)와 같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서 물감이 자연스럽게 흩어지고, 흐르고, 다시금 씻기는 반복적인 일련의 행위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마주한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수행자처럼 작품을 이어왔다. 이들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우리 미술에 존재하는 순수한 미의 가치와 정신에 관해 사색하게 되고 가만히 바라봄을 통해 명상에 이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물과 불과 몸의 다름과 같음, 이들의 연결성을 소개하고자 한다”며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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