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징역 20년 선고
살인 아니라 준강간치사
“미필적 고의 살인 인정 안 돼”
검찰 항소 “살인죄 인정돼야”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지난해 7월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하대학교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하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지난해 7월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가해자에 징역 20년이 선고된 가운데,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임은하)는 선고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준강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받아들이지 않고,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술에 취한 상태로 주변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사건 현장의 위험성 또한 확인할 수 없어 추락 가능성을 확실히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의학자의 의견 등을 고려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A씨가 사건 현장에 신분증과 휴대전화, 지갑 등을 그대로 두고 달아났고,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를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도 참작했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1월 20일 즉각 항소했다. 검찰은 법리오인 및 양형부당 등의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2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치사죄만 인정된 것에 대해 여론은 공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람을 떠밀어 죽였는데 왜 살인이 인정되지 않냐’ ‘한국 법을 개정해야 한다. 출소해도 40대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지금까지 ‘준강간치사죄를 지나치게 경미하게 판결해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 사건은 처음부터 준강간치사로 보이는 사건이었다. 이렇게 판결이 나온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준강간치사죄로 적용될만한 사안도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공분이 일고, 검찰이 법적용을 무리하게 해 기소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에는 지금까지 준강간치사죄를 적용할만한 사안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은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A씨가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3층에서 추락시켜 숨지게 한 사건이다. B씨가 추락 후 길거리에 방치돼 있었고 행인에 의해 발견됐지만 숨지면서 세간의 공분을 샀다.

경찰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때 적용하는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8m 높이에서 추락한 B씨의 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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