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 발표
보증 제도가 ‘무자본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
제도보호 못 받는 세입자 증가 우려엔
“보증금 10% 월세로 돌릴 경우 얼마든지 가입”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 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고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할 계획이다.

최근 급증한 전세사기의 원인이 시세 100%까지 가입 가능한 전세금 반환 보증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무자본 갭투자의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악성 임대인을 퇴출하고 무자본 갭투자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상 전세가율을 낮추면 보증 제도의 보호를 못 받게 되는 세입자는 늘어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전세가율이 높은 고위험 계약이 늘어났고, 고가에 거래된 전세 계약분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급증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전세사기를 조사한 결과 시세 100%까지 보증 가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해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고위험 주택의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사례가 많았다.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선순위 채권과 임대 보증금액의 합이 주택 가격의 100%까지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에 악용됐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오는 5월로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전세가율을 90%로 조정하는 방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뿐 아니라 HF(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보험)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보증 대상 전세가율을 90%로 낮추면 보증보험 가입 대상 가구가 크게 줄어들면서 제도의 양면성이 생기게 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시실장은 이런 우려와 관련해 “작년 보증보험 가입자가 24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 25% 정도가 전세가율 90%를 초과하는 가입자였다”며 “가입 대상 가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정부도 고민이 많았는데 전세가율이 높은 위험계약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더 떨어지는 추세를 봤을 때 전세가율이 90%를 넘어 보증을 못 받는 사람이 그렇게 많이 늘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그러면서 “전세가율이 100%면 가입이 거절되지만 보증 보험 가입 심사를 할 때 임대 보증금만 보기 때문에 전세가를 90%로 낮추고 10%를 월세로 돌리면 보증금은 가입이 가능하다”며 “원천적으로 보증 가입을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월세로 돌리면 언제든 가입할 수 있는 구조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대출자가 갚지 못해 기관이 대신 갚아준 금액)이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 실장은 “보증 대상 전세가율을 90%로 낮춰야 선량한 임차인이 더 많이 보호받을 수 있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 대위변제액이 1조원에 달하는데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선량한 임차인을 더 이상 보증해 줄 수 없는 상황까지도 걱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 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실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100원짜리 주택을 90원에 전세 계약을 하면 적어도 10원만큼은 임대인이 자기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10원만큼을 자본자본을 투입하게 하면 무자본 갭투자가 1000채까지 반복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보증 대상 전세가율을 90%로 낮추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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